역내은행 60% 대응역량 부족…추정 피해액 95조원
금융당국 3분기 중 테스트 시범적용…규제는 아직
유럽중앙은행(ECB)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테스트 결과 역내은행 60%가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선 약 95조원 규모의 자산손실도 예측됐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유럽연합, 중국, 영국 등이 1차 테스트를 마쳤다. 우리나라도 올 3분기 중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3분기 중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번 테스트를 통해 기후건전성과 같은 규제 도입이 당장 이뤄지진 않는다. 이는 추가적인 협의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ECB, 첫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60% 기준 미달
유럽중앙은행이 지난 8일(현지시각) 첫 번째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기후위기에 따른 해수면 상승, 홍수 등의 변화가 대출자산에 미치는 잠재적 피해와 이에 대응한 금융권 역량을 평가한다.
ECB는 104개 유로지역 은행을 대상으로 총 3개 카테고리(Module)로 구성된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상은행 약 60%가 자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시 기후 위험변수를 고려하는 곳도 단 20%에 불과했다.
또 전반적으로 고탄소배출 기업고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이들 은행은 비금융 기업고객으로부터 얻는 수익 중 3분의 2가 철강, 시멘트 등 온실가스 집약산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발견됐다. 그렇다고 이에 대응할 충분한 데이터나 저탄소 이행계획도 부재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41개 은행은 총 706억 유로(약 95조원) 규모의 자산손실을 입을 것으로 조사됐다. ECB는 이 손실액이 “실제 기후 관련 위기에 비해 중대하게 저평가된 수치”라고 설명했다.
ECB 감독위원회 프랭크 앨더슨 부의장은 “이번 테스트는 우리 금융시스템이 기후위기에 더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여정에 중대한 이정표”라며 “은행들이 단중기적으로 더 결단력 있는 행동으로 확고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역량을 갖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까진 걸음마 단계…한국 3분기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예정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전 세계 금융권의 뉴노멀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해 중국인민은행은 23개 주요은행을 대상으로 기후스트레스 테스트를 시범 실시했다.
지난 5월엔 영국 영란은행이 자국 은행·보험사 19곳을 대상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미국, 일본 등이 자체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까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걸음마 수준에 그친다. 시나리오가 초보적이고 관련 데이터 확보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후변화가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영향력을처음 파악한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원·황원정 연구원은 “(금번에 ECB가 시행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녹색으로 전환하는 여정을 시작하는 첫 걸음으로서의 큰 의미를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3분기 중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범 실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제4차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 전체회의를 열고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개발해 올 하반기 이를 시범 적용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관련 연구용역을 마무리했고 올 3분기 내로 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