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출신 인사 등장 가능성 높아...'낙하산' 논란 점화될까
차기 수협은행장 자리를 놓고 이뤄졌던 지난 면접이 결국 결론을 짓지 못했다. 그동안 김진균 수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정부 측 인사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김 행장의 연임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관(官)출신의 새 후보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하고 있다.
27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수협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수협은행장 후보자를 재공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5일 서울 양재 더케이호텔에서 5명의 수협은행장 후보에 대한 면접이 진행됐으나, 정부 측 인사들과 수협중앙회 측이 의견을 좁히지 못했던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날 면접을 통해 김진균 현 행장이 연임을 이뤄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일각에서는 관출신 인사가 새로 등장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지난 14일 면접 후보자를 결정하는 행추위 회의에서도 외부 출신 지원자가 최 부회장 한 명이라 추가 지원자를 받자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재공모를 통해 관출신 인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관출신 인사가 수협은행장 자리에 올라선다면 조직 내외부의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데다 김 행장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는 여론도 많아 최악의 상황에서는 수협중앙회 노조 측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수협은행 행추위는 지난 2020년 행장 선출 당시에도 재공모를 결정했다. 행추위 내에서 정부 측 위원과 수협 측 위원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행추위는 기획재정부 장관·금융위원장·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한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 등 위원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려면 행추위 위원 5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인 4명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 측 인사의 동의가 필수적인 셈이다.
한편 김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20년 수협은행장 공모 때도 공모가 두 차례 진행됐고 결국 김 행장이 최종 행장 후보로 낙점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돼 김 행장이 결국 연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견도 힘을 받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차기 수협은행장 인선에 깊이 개입할 확률이 높다는 점은 차기 수협은행장 공모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역대 정권들을을 되돌아보면 집권 초 국책은행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 인사에 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특히 김 행장은 전 정부 아래서 임명된 인물인 점을 고려하면 수협중앙회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김 행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협은행은 오는 31일까지 차기 행장 지원자를 상대로 서류를 접수받는 은행장 공개모집 재공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류 지원자를 대상으로 11월 4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11월 7일 면접을 진행한다. 이후 행장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행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재공모를 통해 2차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어떤 후보가 새로 등장할 지는 면접이 진행될 때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