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높은 성장세를 거뒀던 K-뷰티 대표기업들에 위험 신호가 커졌다. 뷰티 시장 양강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두 기업 모두 매우 저조한 3분기 성적표를 받게 된 것.
국내 뷰티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의존도가 컸으나, 중국 소비 성장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와 일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뷰티기업 관계자는 1일 <녹색경제신문>에 "해외 매출은 물론이고, 국내 매출도 면세점을 통한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의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당분간 중국 매출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돼 다른 시장 개발에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밝혀, 4분기에도 극적 반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공시된 LG생활건강(이하 LG)의 3분기 전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0% 감소한 1조8703억원, 영업이익은 44.5% 감소한 19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시작된 중국 봉쇄정책이 3분기에도 지속되며 중국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졌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기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등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 LG 측의 설명.
특히 주력인 뷰티사업의 부진은 더욱 심각해, 뷰티(화장품)사업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3.1% 감소한 7892억원, 영업이익은 68.6% 감소한 676억원을 기록했다.
LG 관계자는 "뷰티 사업은 중국 소비둔화로 매출과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으나 중국 시장 정상화에 대비해 럭셔리 화장품을 지속 육성하고 있으며, 북미와 일본에서는 높아지는 K-뷰티에 대한 관심과 현지 감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북미와 일본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그룹(이하 아모레)도 3분기 1조218억원의 매출과 3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36.2% 감소한 것이다.
아모레 역시 악화된 국내외 경영환경으로 인해 3분기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아모레 측은 "중국 소비 시장의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업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 결과 북미 시장에서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매출 확장을 이뤄내고, 아세안과 유럽 시장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세 둔화 외에도, "더이상 중국에서 K-뷰티의 위상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에스티로더'나 '로레알' 등 글로벌 명품 뷰티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편이지만, 애국주의 문화가 강화되면서 대중적 명품 포지션이었던 한국산 뷰티 제품들의 자리를 중국 브랜드들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K-뷰티 점유율 하락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LG와 아모레 등 한국 대표 뷰티 기업들이 북미와 일본 등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장할 수 있을지가 올해 4분기 및 내년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석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