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인 10월 마지막 주, 유럽의 글로벌 기업들이 일제히 3분기 영업 실적을 보고하는 사업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기업들이 3분기 반짝 실적 호조를 반기자마자 올 4분기부터 무역 둔화세로 돌아설 것이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즉각 돌입했습니다. 에너지 위기・물가인상・소비자 심리 위축이라는 경기 침체 3대 악재 속에서, 유럽 제1 경제대국인 독일은 중국과의 경제적 유대 다지기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관계 단절 이후 향후 유럽의 경제 행보를 시사하고 있습니다.
▲ 글로벌 무역의 바로미터 머스크 해운, 4분기부터 국제 해양물류 정상화 예상
세계 최대의 글로벌 해운사 가운데 하나인 머스크(A.P. Møller – Mærsk A/S, 본사: 덴마크 코펜하겐)가 9월 2일 올 3분기 실적을 발표에서 기업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국제 해양항만 수송 업계가 머스크의 영업 실적과 시장 예측 보고서에 주목하는 이유는 머스크의 실적 보고서가 과거 글로벌 무역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2022년 3분기 EBITDA 기업 가치평가 지표(이자 비용과 법인세 공제 전 이익에서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의 합) 기준미화 109억 달러의 총 영업 이익을 보고했다. 이는 이 부문 컨센서스 분석가들의 예상을 깬 호실적으로, 1년 전 같은 시기 98억 달러 매출 보고치 보다 60%가 증가한 실적이다.
그 같은 사상 전례 없이 ‘우수한 실적’의 원인으로 코로나 이후 만성화된 물류 체증 및 적체, 해양 컨테이너의 해운 운송 비용 인상이 최고점을 찍었기 때문으로 꼽았다. 또, 머스크의 운송 계약 직물 환율이 가장 높았던 올해 8월에 대비해 현재 컨테이너 당 가격은 미화 200 달러 저렴해졌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오는 4분기부터 해양 물류 사태는 다시 정상화돼 수요가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소렌 스코우(Soren Skou)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예측했다. 머스크의 자문업체인 J.P. 모건은 4분기부터 머스크의 구조적 이익(core earnings)은 40% 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문제는, 머스크가 4분기부터 글로벌 해양 물류 사업이 ‘정상화’할 것이라 중립적으로 표현한 건조한 어조 뒤에는 실은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항만 수송 사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공급 위기, 지속적 악화일로에 있는 물가 인상, 소비자 소비심리 위축, 경기에 대한 고도의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전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이어져 글로벌 운송 사업 및 물류 거래 수요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고 스코우 최고경영자는 소비자 경제 전반에 켜질 수 있는 빨간 신호등을 강하게 시사했다.
▲ BMW, 예상 밖 3분기 호실적 불구, 유럽 시장의 고물가・이자율 인상・ 소비심리 침체에 긴장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BMW(Bayerische Motoren Werke AG, 본사: 뮌헨)는 9월 3일, 유럽에 드리운 비관적인 소비자 심리가 다가올 몇 개월 동안 더 악화될 것이라 내다보고 그에 대한 조치를 모색 중이라고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 등 유력 국제 경제언론이 보도했다.
앞서 머스크의 3분기 사업 보고서에서도 밝혔듯, 최근 유럽의 자동차 시장은 코로나-19 시태로 인한 공급망 주문 적체, 물류 체증 및 지연 현상이 거의 해소돼 곧 코로나 이전과 다름없는 수준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BMW 측도 오는 2023년부터 순조로운 자동차 무역 재개에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긍정적 반전 기회를 기대한다. 특히 BMW측은 올 연말 자동차 출하량과 매출 증가를 예상한다.
유럽의 에너지 공급 위기설과 전반적인 에너지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BMW 자동차 생산라인은 올 2022년 연말까지 심각한 에너지 부족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에너지 공급 가격과 원자재 구매 가격의 인상 추세는 다가올 새해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참고로, BMW의 본사 및 생산공장이 위치한 바이에른 주는 독일에서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발전 시설이 가장 많고 석유 및 천연 가스 등 화석 연료가 가장 많이 소비되는 지방이다.
유럽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석 연료 구동식 신차 및 중고차 구매 추세도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또, 유럽연합의 전기차(EV) 구매 장려 정책에 따라 조만간 EV 매출도 현재 보다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추측된다.
그 같은 구매 행동 추세의 수혜자가 된 BMW는 에너지 가격 인상과 원자재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 2~3분기 동안 총매출액 372억 유로 실적을 올리며 작년 같은 시기 대비 매출 인상률 35.3%를 달성했다.
이는 영미(英美) 금융시장 분석 기업 레피니티브(Refinitiv)의 분석과 예측이 완전 빗나간 놀라운 반전 실적이어서 주목된다고 로이터통신이 9월 3일 자 기사에서 보도했다.
▲ 중국의 과도한 ‘제로코로나’ 정책, 글로벌 물류 공급 제동에 기여
중국 정부의 과도한 제로코로나 정책과 감금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 부족 사태가 지연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과거 저렴하게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 천국으로서의 중국이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 추진으로 기업들의 비즈니스 계획을 추진하지 못하는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즈니스 비우호 국가로 급변한 것도 전 세계 공급망 차질에 기여하고 있다.
11월 2일, 중국 내 가장 큰 애플 아이폰 생산공장이 있는 허난성 정저우(郑州) 시 공항 경제 구역에 자리한 폭스콘(Foxconn Technology Group)의 주공장에서 근로자 167명이 코로나-19 감염되자 중국 정부는 11월 9일까지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7일 간 록다운을 지시했다.
과거 사례에서 유추해 볼 때, 단 한 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도 중국 정부는 록다운을 지시하며 코로나-19 방역 정책과 감금 기간은 예고 없이 변경・무기한 연장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세워 추진하기 어려운 예측불가능한 기업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폭스콘은 그동안 공장 단지에 출입하는 노동자들 전원에서 공장 건물 및 기숙사 입장 전 24시간 내 감염 검사를 의무화하고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유하는 등 근로자들의 감염 예방에 대처하며 중국 정부와 협력해 왔으나 집단 감염을 피해 공장을 떠나는 근로자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2020년 코로나-19 발발 이후로 생산 중단, 폐쇄 조치, 근로자 집단 탈출 사태 등 사업 불확실성으로 3년째 예상 매출 실적 미달을 거듭해 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인 10월 마지막 주 애플이 발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업체의 재정은 여전히 매우 건전하다.
그 같은 불확실성을 상쇄하기 위한 대책으로써 애플은 글로벌 시장 공급용 아이폰 14 모델의 생산 설비의 5%를 인도로 이전했다. 오는 2025년까지 아이폰 제품의 4분의 1이 인도에서 생산될 것으로 J.P. 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예측하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계를 비롯한 수많은 비즈니스 관계자들은 원활한 무역 재개을 기대하며 중국의 시진핑 총서기 및 국가수석이 과도하고 예측불가능한 코로나-19 정책을 완화해 주기를 기대했으나 당분간 그러한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국영방송 BBC는 최근 논평했다.
한편, 유럽의 제1 경제 대국 독일 정부는 최근인 11월 2일 중국 국영 해상운송기업 코스코(COSCO)가 함부르크 항구의 터미널 일부의 24.9% 지분에 투자하는 것을 승인한 한편, 이튿날인 3일 올라프 숄츠(Olaf Scholz) 독일 수상이 독일 최대 기업 총수들을 이끌고 중국 방문길에 올라 유럽 내 일부 세력과 미국의 중국 견제 세력은 독일 정부의 친중 태도를 비난한 바 있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