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중 최초…이달 트위터 지분인수 참여
박현주 회장, 머스크 비전에 투자..."다른 투자도 가능"
지난달 미래에셋그룹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지분 인수거래에 참여했다. 투자금액은 약 3000억원.
투자금융업계에선 투자의 귀재로 소문난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 그룹이 3000억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계열사가 자산운용이 조성한 펀드(미래에셋파트너스제11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자금을 출자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액은 440억 달러(63조원)다.
미래에셋은 지난 7월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유상증자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처음으로 그와 인연을 맺었다. 두 건에 참여한 국내 금융기관은 미래에셋이 유일하다. 이번 투자로 미래에셋은 글로벌 IB(투자은행)로서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나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과정에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를 번복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인수 후에는 대규모 해고로 UN(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직접 권고를 보내는 등의 논란을 빚고 있다. 천재라는 별명 뒤에 악동이란 말이 따라붙는 이유다. 미래에셋이 이렇게 경영 리스크가 큰 ‘악동’ 머스크에 투자한 이유는 뭘까.
이번 투자 결정에는 그룹 글로벌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박현주 회장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2018년 미래에셋증권 회장직에서 물러나 글로벌투자전략최고책임자(GISO)로 부임해 활동하고 있다.
박 회장은 두 프로젝트를 끝낸 후 “머스크 CEO의 다른 투자에도 동참할 수 있을 것”, “곧 다른 프로젝트를 발표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 개인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는 지점이다. 머스크는 숱한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테슬라, 스페이스X 신화를 이룬 혁신의 아이콘이다. 초창기 허풍으로 조롱받던 테슬라는 작년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겼다.
머스크는 최근 트위터 인수를 둘러싼 시장불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3분기 테슬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나와 다른 투자자가 현재 트위터에 너무 큰 금액을 지불 중인 건 명백한 사실이다. 다만 트위터는 한동안 부진했더라도 무척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자산이다”라고 밝혔다. 이후 그는 트위터를 활용한 슈퍼앱(‘X’) 제작 계획을 살짝 내비치기도 했다.
이러한 비전 밖에도 박 회장이 그룹의 글로벌 입지를 세울 지렛대로 이번 딜을 활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혼자 트위터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면 그만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런 게 아니다. 수십 곳이 참여했다”며 “글로벌 시장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GISO 선임 이후 박 회장은 이번 건뿐만 아니라 국내에선 보기 드문 해외투자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7년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를 약 5억 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가격논란이 거셌지만 인수 시 105억 달러이던 글로벌엑스 운용자산(AUM)은 지난 8월 기준 470억 달러로 4배 넘게 뛰었다. 현재 미래에셋을 글로벌 운용사로 도약시킨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성과는 실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 해외법인 순이익은 2017년 348억원에서 2018년 845억원으로 3배 가량 뛰었다. 이후 2019년 1709억원, 2020년 2010억원, 2021년 2432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 국내 증권사 전체(3627억원)가 거둔 해외법인 순익의 60%다.
올해도 기세는 여전하다. 지난 6월 호주 ETF 운용사인 ‘이티에프 시큐리티(ETF Securities)’를 인수했다. 미래에셋자산 홍콩, 미국 자회사가 각각 지분투자를 진행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만으로 인수한 셈이다. 또 연내 국내 최초로 인도 주식 거래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에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해진 만큼 리스크 관리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