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제외 모두 반토막
“내년 실적개선 요소 다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3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대형 증권사는 모두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영업·순이익을 거뒀다. 4분기 컨센서스를 더할 경우 올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할 증권사는 지난해(5곳)와 달리 메리츠 단 한 곳으로 예측된다.
3분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곳은 NH투자증권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76.6%가 떨어졌다. 글로벌 긴축 여파에 증시가 위축되면서 주 수익원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 이익이 축소되고, 금리인상에 따라 채권 운용손실이 확대된 영향이다.
NH투자증권 측은 “비우호적인 국내외 투자 환경 속에서 사업부 전반적인 수익 감소에 따른 것”이라며 “시장금리 상승 및 주식시장 악화 등에 따라 ECM(주식발행시장), DCM(채권발행시장), 부동산 관련 수익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배경으로 3분기 한국투자증권(-76.1%), 미래에셋증권(-62.3%), 삼성증권(-57%), KB증권(-52%), 키움증권(-44.1%)의 하락 폭이 이를 뒤따랐다.
반면 자기자본 기준 6위 메리츠증권은 3분기 나홀로 어닝서프라이즈(+13.8%)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앞서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플러스 성장률(+9.8%)을 거두면서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235억원에 달한다. 미래에셋(7558억원)을 뛰어넘은 전체 증권사 중 최대 규모다.
회사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메리츠증권은 첫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11일 기준 4분기 컨센서스(+1500억원)를 기반으로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작년 증시 호황기에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다섯 곳이다.
영업이익 밖에 소기의 실적을 낸 증권사도 존재한다. KB증권은 올 한 해 IB(기업금융)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3분기 블룸버그 및 거래소 공시 기준 전체 IB 사업부문(DCM·ECM·M&A·인수금융)에서 업계 1위를 석권하는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 결과 누적 IB수수료는 32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3%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증시 거래대금이 빠지는 역머니무브 흐름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더 키웠다. 상반기 국내주식 리테일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0.09%p 증가한 30.48%다. 특히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이 전년 대비 2.37%p 오른 33.02%를 기록하며 업황회복에 따른 실적 턴어라운드(전환)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긴축여파가 다 가라앉지 않으면서 내년 업황전망도 어두우나 실적개선 요인은 충분하고 내다보고 있다.
유안타증권 정태준 연구원은 “증권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매수가 유효한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긴축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올해내내 이슈였던 채권평가손실이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점, 그리고 일단 부동산 익스포저도 손실을 확정하고 나면 이후에는 추가 우려가 소멸한다는 점에 따라 내년에는 올해 대비로는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