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이사회 역량 측정 지표' 도입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사회 경영을 강화한 가운데 SK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글로벌, 재무 등 역량을 바탕으로 한 사외이사 후보군 제도 운영에 나섰다.
SK그룹은 우수한 사외이사로 후보풀을 구성해 그룹 관계사들이 필요시 적극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사외이사 확보에 대한 요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비에 나서겠단 의미로 풀이된다.
13일 SK그룹에 따르면 내년(2023년)부터 신규 사외이사 수요가 발생하는 관계사들은 그룹의 후보군 리스트를 참고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성별과 연령의 다양성과 재무와 글로벌, ESG 등 전문성을 고려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평소 "이사회 역량을 강화해 독립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해 온 것을 이행하는 차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외이사 후보군' 제도는 우수한 사외이사 후보를 사전에 확보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어떠한 경영환경에서도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이사회를 꾸려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게 목표다.
다만 자체적으로 적절한 사외이사 후보를 찾을 경우 그룹 후보군과 무관하게 선임 절차를 밟을 수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선정 시 관계사 이사회 결정이 1순위"라며 "그룹에서는 필요시 참고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전했다.
SK그룹의 사외이사 후보군 제도 도입은 재계에서 선도적이라는 분위기다. 금융사들은 일찌감치 후보군을 꾸려 외부에 공개해오고 있지만, 비금융사에선 아직 확산되지 않았다. 비금융사 중 사외이사 후보풀을 외부에 공개한 사례는 2021년 기업시민보고서에 해당 내용을 담은 포스코가 최초였다.
SK는 올해 2월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이사회 역량 측정 지표'(Board Skills Matrix·BSM)을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공시한 데 이어 여러 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BSM 적용 결과를 알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도 BSM을 도입했다.
한편, SK그룹은 이사회 업무 지원 포털 시스템 도입,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개최 정례화 등도 시행한다. 내년 SK㈜와 SKC 이사회에 시범 도입한 뒤 다른 관계사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디렉터스 서밋'은 SK 사외이사들이 모여 주력사업에 관한 국내외 산업 동향과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 운영 모델을 연구하고 이사회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지난달 31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디렉터스 서밋'에는 15개 관계사 사외이사 54명이 참석해 전기차 배터리 산업과 인공지능 등 국내외 산업 동향을 이해하고 글로벌 기업의 이사회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SK그룹 측은 "이사회는 기업 경영을 감시·견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함께 높여 나가는 동반자라는 시각으로 이사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실과 체계를 갖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