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개념 확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시스템 전환 필요
최남수 서정대 교수, "ESG경영 지속하려면 이해관계자 역할 중요"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 조직 등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편집자 주(註)>
“기업이 특정 집단 이익만 대변한다면 사회 전체에도 이롭나?”
ESG경영이 확대되면서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 ‘넥스트 ESG’를 출판해 화제를 모은 최남수 서정대 교수의 행보가 눈에 띈다. 그는 신간을 비롯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 책을 통해 주주개념 확장을 역설하는 지식인이다.
최 교수가 말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그가 말하는 ESG는 무엇인지, 새로운 형태의 시장경제는 가능한지 살펴보자.
"주주자본주의는 지속되기 어렵다"
1970년대 영미권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주주자본주의’는 한국 경영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자원을 총력하면 사회전체에도 이롭다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처럼 확산됐다.
주주의 이익 실현을 위한 활동이면 모든 일이 가능했다. 세습경영, 횡령, 배임, 노동탄압 등 불법적인 경영활동도 주주이익을 위해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기업부패가 경제 문제를 일으키자 주주들은 거버넌스 개혁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사회, 감사위원회, 투자은행, 채권자, 연기금 등 기업 내외부적인 통제장치가 마련됐다. 다만 통제와 지배권은 기업주식을 소유한 특정 주주들에게만 허용됐다.
최 교수는 거버넌스 변화를 넘어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강조한다. 그는 일부 주주들이 기업지배권을 갖고 경제이익을 독점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제안한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 개념을 투자자 외에 근로자, 협력사, 지역사회까지 확대해 기업지배권을 분배하는 시스템이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근로자들이 ‘월가를 점령하라’를 슬로건으로 내건 시위에 나섰고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신뢰도가 추락했다"며 “특정집단만 부유해지는 주주자본주의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다”면서 “사회가 분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미국의 재계가 이해관계자들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경영을 하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도 좋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투자자에게 기업이윤이 돌아가야 한다는 주주자본주의 근거는 ‘리스크 분담’이다. 기업에 자본을 투자해 기업 위험을 부담하는 대신 이익을 분배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근로자들 역시 기업에 인적자본을 투자한다. 인적자본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이윤창출에 효과적인 반면 근로자에게는 이직이 어려워져 리스크로 작용한다. 따라서 근로자들 역시 투자자들 만큼 기업 부담을 떠 안고 있다.
이에 많은 학자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극히 재산권적 측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 같은 사회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근로자와 협동조합의 기업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이유기도 하다.
ESG경영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특히 ESG경영 이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더 주목받고 있다. 재무적 이윤과 특정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구시대적 기업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이제 기업은 투자자를 넘어 다중 관계자를 포괄하지 않고 생산수단을 독점하기 어려워졌다.
나아가 최 교수는 ESG경영이 지속가능하려면 이해관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재무적 이익실현이 최대목표인 투자자들을 넘어 다중 관계자가 회사경영에 참여해야 지속가능한 ESG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ESG를 잘하는 기업에 투자를 하다 보면 단기적으로 수익이 나빠지고 ESG가 무리라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생길 것”이라면서 “때문에 투자자들보다 이해관계자들이 중요하며 특히 소비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어서 “소비자들이 ESG를 잘 못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고 ESG를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면 기업들이 ESG경영을 열심히 하지 않겠나”며 “실제 조사결를 보면 제품이 비싸더라도 ESG를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SG가 E, S, G인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기업은 노동력과 자원을 통해 잉여를 창출했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환경은 파괴됐다. ESG는 그 폐허 속에서 다시 ‘기업’의 본질적인 목적에 질문을 던진다. 인간과 환경은 일부 집단과 그들에게 헌신하는 기업을 위한 수단이 돼야 하는가?
최 교수는 ESG를 기업의 일을 넘어 사람과 사회를 존중하는 일이라며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국민들은 ESG를 기업의 일로 생각해 어렵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ESG는 환경을 지키고 사람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자, 부패하지 않고 윤리적인 기업을 만들자는 목소리”라면서 “이 일은 우리 사회를 바꾸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본주의체제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 손에만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용준 기자 market@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