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함 투성이 EU 유가 상한제, 對러 경제제재 효력 미지수
12월 2일 금요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 규정을 발표한 즉시, 주요 경제강국 7개국(G7)과 호주가 이 안에 동참할 의사를 밝혔다고 AP통신 등 세계 유력 통신사들이 보도했다.
이로 해서 EU는 11월 5일(월요일)부터 러시아산 해상 수송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G7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유조선으로 해상수송된 러시아산 원유의 구매 가격을 최대 배럴당 미화 60달러(우리돈 약 8만 원)대 이하로 제한하는 법안을 본격 시행할 것으로 추측된다.
EU와 G7이 공동 시행에 들어갈 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올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러시아 군사적 자원의 자금줄이 되어 온 러시아산 원유 수출 활동에 대한 통상 금지 조치다.
EU 집행위가 올 2022년 5월부터 해상수송 경로 러시아 수입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 시행을 위한 상세안을 구상해온 지 약 6개월 만의 결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낮은 상한 가격을 제시해 온 폴란드 정부의 집요한 협상으로 인해서 EU 집행위의 최종 합의가 지체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5일(월요일)부터 발효될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의 최우선 목표는 EU 회원국과 G7 회원국 등이 지난 9개월여 동안 겪어온 에너지 가격 폭등 재발과 기타 연료 가격의 추가적 인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날 G7 회원국은 EU 연합 회원국들과 중저소득권 국가들에게 향후 미칠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적절한 상한가를 조정하겠다고 밝히고, 당초 27개 EU 회원국들은 러시아에 피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유가 상한선을 배럴당 가격 미화 30~40 달러 대로 낮출 의도였으나 현실적인 선에서 60달러 대로 타협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배럴당 미화 85.48 달러(12월 2일 기준)인 국제 브렌트유 시장가격 대비 러시아산 원유가를 60달러로 책정할 경우 원유 수출을 국가 주 수입원인 러시아에 경제적 타격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편 EU 및 G7국들의 러시아 원유 상한가 합의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개발도상국들에게는 그다지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가솔린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에너지 가격 변동에 생계가 민감한 중저소득 국가의 원수들은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경색된 경기 침체와 소비자 심리 위축에 엎친 데 덥친 격으로 국제 원유 가격 인상이 전반적인 생활비 인상과 사회적 동요 및 시위 등으로 이어질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결함 투성이 EU의 러시아 원유가 상한제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가격 상한제를 통한 경제 제재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 이윤 폭 감소 효과는 단기적 현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경제주간지는 러시아가 원유 산출 비용을 배럴당 20~44달러 대로 유지할 수 있는 한 원유 수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러시아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EU 및 G7과 비연관된 경제국들을 상대로 유연한 국제 원유 무역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후 러시아는 지상 수송관을 이용한 EU의 러시아 에너지 수출 금지조치에 대한 대체 우회 전략으로써 노후된 유조선를 구매・축적해 왔다고 ‘파이낸셜타임스’ 경제일간지는 국제 선적 중개업계의 진술을 인용해 12월 2일 자 기사에서 보도했다.
일명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100여 대의 유조선들은 이미 EU와 서방G7국의 제제를 피해 이란과 베네주엘라에 해상으로 원유를 공급해왔고, 최근에는 중국, 인도, 터키가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는 EU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덕분에 기존 보다 약 40% 저렴한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다른 악재 촉발 가능성 — 원유 산출량 감소에 따른 국제 유가 인상
최근 중국의 초강수 제로 코로나 제한 정책, 중국 제조업 부문 경색 및 원유 수요 감소, 글로벌 경제 침체 추세는 결국 국제 원유 및 가스 수요량 감소→오펙(OPEC) 석유 수출국 기구 및 산유국들의 원유산출량 감소→배럴당 원유가 인상→세계적 경기 불황이라는 비관적 연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실제로 EU의 러시아 원유가 상한제 발표 직후, 12월 2일 OPEC은 OPEC(사우디 아라비아 주도)및 비OPEC(러시아 주도) 23개 산유국들 — 일명 OPEC+ — 은 12월 4일 일요일에 오스트리아 비엔나 소재 OPEC 본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기존 합의한대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연말까지 일일 원유 산출량을 2백만 배럴(국제 원유 수요량의 2% 가량)씩 점진적으로 감축해 나간다는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서방국들의 러시아산 원유 상한가 조치가 원유 산출량 감축과 더 심각한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