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간선거 ‘고전’에도 ESG 보이콧 여전
ESG 투자모범생 블랙록을 향한 백래쉬(역풍)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지시각 1일 플로리다주 재무부는 20억 달러 규모의 블랙록 관리자산 전액을 매각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8월 공적연금의 ESG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지 4달여 만이다.
지난달 열린 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 밖으로 고전하면서 이들이 주도하는 반 ESG 운동도 기세가 꺾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플로리다 재무부 지미 패트로니스 장관은 이날 블랙록이 관리하는 14억3000만 달러 규모의 장기증권 자산과 6억 달러 상당의 오버나이트(초단기) 투자자산을 즉각 동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내 이를 모두 처분한 다음 다른 자산운용사에 투자책임을 이양하겠다는 계획이다.
패트로니스 장관은 표면적으로는 “납세자들을 위해 최고의 수익률을 돌려주기 위한 조치”라고 이번 결정 배경을 설명했으나 블랙록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성명에서 “블랙록 CEO인 래리 핑크는 세상을 바꾸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며 “래리나 그의 월스트리트 친구들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비영리단체를 만들거나 기부를 해라”고 꼬집었다.
물론 이번 동결자산은 약 7.5조 달러를 운용하는 블랙록 전체 자산 중 극히 일부(0.0002%)에 속한다. 문제는 이러한 보이콧이 공화당 주정부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사우스캐롤라이나, 루이지애나, 유타, 텍사스, 아칸소주 등이 블랙록으로부터 투자를 회수했다. 지난 10월 기준 총 회수 금액은 약 10억 달러로 추정된다.
블랙록도 투자자 서신을 보내는 등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사 홈페이지에 그간 미국 에너지 산업에 170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해명하는 페이지(‘Setting the Record Straight’)를 열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블랙록을 넘어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로 ESG 투자보이콧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이다. 앞서 공화당 대권잠룡이자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드산티스는 8월 ESG 투자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하면서 블랙록뿐만 아니라 스테이트스트리트, 뱅가드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롭스 앤 그레이 마이클 린텐버그 시니어파트너는 파이낸셜타임즈(FT)에 “이러한 ESG 백래시에는 거대한 정치적 요인이 존재한다”면서 “아직까지 논쟁의 끝에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요인과 무관하게 ESG는 장기 투자영역에서 건재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11월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투자자 65%는 2023년 ESG 투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분기 기준 글로벌 ESG 펀드 56%는 벤치마크지수 대비 장기적(3년)으로 초과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KB증권 김준섭 연구원은 “ESG에 대한 반발 움직임에도 ESG의 투자정책이 장기 수익과 투자위험성 측면에서 중요하여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이번 플로리다주 공적연금 자금 회수에 있어서도 블랙록은 플로리다주 공적 연금에 제공한 수익을 감안할 때 의아한 일이라 논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