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中·러, 군비 증강 박차...러, 내년 국방비 40%↑, 中, 400조원 달할 듯
- 韓 내년 국방예산, 10억 달러 감소...방위력개선비 30%선도 무너져
- 기재부·국회, '23~'27년 국방중기계획 전향적 검토해야
우리나라 내년 국방예산이 지난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방비를 크게 늘리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당초 예산안보다도 국회가 1000억원 이상을 삭감했다. 여기에 환율인상의 영향으로 F-35같은 해외무기 도입에 차질도 우려된다.
최근 국제정세는 탈냉전·세계화 추세에서 신냉전 구도로 급변하면서 국방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인데, 정부와 국회가 매너리즘에 빠져 이같은 변화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 셈이다.
▲美·日·유럽, 러·우크戰 영향으로 국방비 급증...日, 2027년 이후 세계3위 부상 전망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와 신냉전 구도가 강화로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2023년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에 서명했다. 이로써 미국의 내년 국방예산은 사상 최고액인 8580억 달러(약 1100조원)로 확정됐다. 내년 미국 정부예산 1조7000억 달러(약 2156조원)의 절반을 넘는다.
미국 의회는 올해(250억 달러)에 이어 내년 예산안도 당초 정부가 제시한 예산보다 370억 달러(약 47조원)증액시킨 안(案)을 대통령 책상에 올렸다.
일본 각의는 지난 23일 114조엔(약 1100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승인했다. 이 가운데 방위비는 올해보다 26% 늘어난 6조8000억엔(약 65조7000억원)에 달해 우리나라와 격차가 벌어졌다.
더 나아가 오는 2027년에는 연간 11조엔(약 104조원), 향후 5년간 국방예산을 43조엔(약 408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2027년 이후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국방예산을 운용하는 나라가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일 같지 않은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도 급증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달 말께 기존 20조원 정도에서 내년에는 2배 수준인 40조원 규모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이 중 한국 등 해외 무기 도입에 1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2차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비 증강에 소홀했던 독일도 최근 국방력 강화를 위해 무려 1000억 유로(135조원)에 달하는 특별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中·러, 군비 증강 박차...러, 내년 국방비 40%↑, 中, 400조원 달할 듯
신냉전구도의 반대편에 있는 북한, 중국, 러시아도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과 핵심 5대 과업(극초음속 무기, 초대형 핵탄두 생산 1만5000㎞ 사정권 타격명중률 제고, 수중·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탄,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을 제시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노동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대남 대적투쟁방향을 명시하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한껏 높이고 있다.
중국은 올해 2930억 달러(약 330조원)에 이어 내년에는 약 6.8%(최근 5년간 국방비 증가율) 늘어난 약 3130억 달러(약 400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편성할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다른 나라들처럼 국방예산 증가율을 높이면 내년 중국의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내년 국방예산을 예년보다 무려 40% 이상 늘어난 5조 루블(약 90조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 내년 국방예산, 달러로 환산하면 10억 달러 감소...방위력 개선비 비율 30%도 안돼
지난 26일 국방부는 우리나라 내년 국방예산은 올해보다 4.4% 늘어난 57조143억원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기 위해 달러로 환산하면(12월 23일, 1188원) 작년 국방예산은 460억 달러, 올해는 444억 달러(지난 23일, 1284원)로 약 16억 달러 줄어든다.
이는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에서는 사실상 국방비가 줄어든 것으로 해외무기 도입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정대비국방비 비율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 2017년 14.7%에서 올해는 13.0%로 줄었고, 내년에는 12%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내년 재정증가율은 5.1%인데 비해, 국방비 증가율은 4.4%로 재정증가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전투장비 구매를 위한 방위력개선비 비율도 3년째 하락하면서 30%선이 무너졌다. 더구나 방위력개선비에는 해외무기 구입을 위한 예산이 담겨 있어 차질이 예상된다.
병력 1인당 국방비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병력 1인당 8만4054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해 미국(54만515 달러), 일본(19만9409 달러)는 물론, 중국(10만1887 달러)에 비해서도 적었다.
우리나라만 내년 국방예산이 (달러 기준으로) 줄었기 때문에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가 올해 국방예산을 예년에 비해 적게 편성했다거나, 큰 폭으로 감액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방예산은 다른 나라 특히 주변국과의 비교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국방력 증가는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방비와 방위력개선비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고,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다소 과할 수도 있으나 '국방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인식이 안이하다'고 평가된다.
▲국방부, '23~'27년 중기계획에서 331조원으로 국방예산 늘려...정부·국회, 전향적 검토해야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난 28일 국방부는 '2023년~2027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고 이 기간 동안 국방예산을 331조4000억원(연평균 6.8%)으로 늘려 국방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방위력개선과 한국형 3축체계 구축에 최우선적으로 중점배분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위력개선비는 연평균 10.5%씩 늘려 5년간 총 107.4조원을 투입한다. 이렇게 되면 방위력개선비 비율은 36%로 대폭 상승한다.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중기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전향적으로 검토해 국가안보에 차질이 없도록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