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반응 '싸늘'...'관치 금융' 변수
금융당국이 코로나 이후로 단축된 은행 영업시간을 놓고 정상화를 촉구했다. 고객들 사이에서도 지나치게 짧아진 은행 영업시간으로 인해 불편함이 누적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와 같은 여론을 수용할지를 놓고 관심이 모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요구와 고객들의 여론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영업시간을 코로나 이전으로 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면서 "특히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영업점에 다시 힘을 쏟기 위한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6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면서 "국민 생활 불편 해소뿐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의 은행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021년 7월부터 영업시간을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단축 운영 중이다.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영업시간을 앞뒤로 30분씩 모두 1시간 줄인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대형마트, 백화점 등 많은 편의시설이 단축했던 영업시간을 정상화했지만 대다수의 은행들은 여전히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직장인 등을 위해 현재 탄력점포를 운영하면서 대면 거래 수요에 대응하고는 있지만 이를 놓고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력점포를 이용하고 있는 직장인 고객은 "탄력점포는 모든 지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서 "모든 은행들이 다시 영업시간을 정상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과 고객들의 의견을 놓고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최근 다수 은행원들이 희망퇴직을 결정하면서 오프라인 점포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영업시간 정상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오히려 영업시간을 지금보다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14개 영업점을 대상으로 '중식시간 동시사용'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점포에서는 행원들이 점심을 먹는 낮 1시간 동안 은행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다.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는 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 시장이 온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겨가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디지털 전환에 더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를 따른다.
때문에 단기간에 시중은행들이 영업시간을 정상화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올해 최우선 과제를 디지털 대전환으로 삼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고 최근 금융권이 '관치'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영업시장 정상화가 하나도 득이 될 것이 없다"면서도 "최근 선임된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장들이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한다면 영업시간 정상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