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부담 낮추나 해외 대체투자 위험↑
하나증권이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IB(기업금융) 부문을 정예화하고 리스크 관리부서를 증설했다. 올해 선임한 강성묵 신임 대표는 ‘선제적인 위험 관리’를 기반으로 부동산 금융 등 IB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재조직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분기 하나증권의 연체 3개월 이상 고정이하자산은 전년 대비 155% 증가한 1254억원으로 집계됐다. 10대 증권사 중 6번째로 큰 규모다.
증가폭으로 보면 10대 증권사 중 가장 가파르다. 국내 47개 증권사 중 BNK투자증권(2290%), 다올투자증권(256%) 다음으로 3번째로 높다.
1년 전과 비교해 고정자산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1년 3분기 22억원에 그치던 고정자산은 1년 만에 약 30배 증가한 675억원으로 뛴다. 동기간 회수의문자산도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한 521억으로 늘어난다.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은 채무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총 5가지로 나뉜다. 채무상환능력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 고정자산 이하부터 부실자산으로 분류된다.
경쟁사 대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은 낮은 편이다. 3분기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65.3%로 전년 동기 대비 16.9%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61.2%)와의 격차는 약 4%p다.
다만 부동산 투자를 포함한 위험 익스포저(잠재부실 노출 대출·투자금액)는 큰 편이다. 특히 국내와 비교해 관리가 어려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부분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증권이 자금을 출자한 해외 대체투자펀드 ‘마스턴미국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52호(지분율 96.42%)’, ‘KTB글로벌CRE일반사모투자신탁제49호(100%)’는 3분기 각각 674억원, 439억원의 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다만 자본적정성은 양호하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은 3분기 1127%로 당국 규제치를 11배 가량 웃돈다. 3개월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자산에서 부채를 나눈 유동성비율은 125.6%다. 3조원 이상 경쟁사(119.2%) 평균을 소폭 넘는다.
하나증권은 지난 연말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리스크 관리 역량에 힘을 실었다. 기존 리스크관리본부에 더해 투자심사본부를 증설하고, IB부문 정예화 및 관리 기능 강화를 위해 IB솔루션 1, 2, 3팀을 신설했다.
지난 10월에는 부동산 구조화본부 임원 배임 적발 직후 해당 부서를 폐쇄했다. 해당 본부 직원들이 다른 부서로 이관되는 등 혼란에 리스크 관리기능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하나증권 관계자는 “부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통폐합한 것으로 IB 부서에서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기존 업무를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지난 1일 강성묵 신임 대표가 취임했다. 강 대표는 취임사에서 '사업 부문별 균형 성장', '하이브리드형 영업 체계 구축' 등의 5대 경영 과제를 제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강 대표는 “현장 중심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하도록 하겠다”며 “하나증권의 빠른 성장 이면에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인하여 미처 생각지도 못한 많은 위험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위기상황을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교화하여 건전하고 신뢰도 높은 하나증권으로 성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연초 이후 리스크 관리부서를 더 늘렸다. 업황이 나빠지면서 (하나증권을 비롯한) 증권사 대부분이 리스크 대응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라며 “고정자산이 늘어난 건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증권업 전반적으로 일어난 현상으로 특정사 만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