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 화물분담률 1%대에 불과...친환경 운송수단이면서도 탄소중립에 기여 못해
- "의왕ICD, 올 6월 계약 만료 따른 계획 수립해야...23만평 활용방안 전무해 자동재계약 우려"
- "탄소중립 위해 철도 화물운송분담률 10% 이상 높여야...경쟁원리 도입해 물량 확보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외치며 자기혁신을 통한 국민신뢰회복을 강조했지만, 쉽지 않은 것이 공기업 개혁이다. 그 중에서도 바닥권 공기업으로 매번 공기업 개혁의 최우선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기업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36개 공기업 중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나희승)가 바로 그렇다.
이는 지난해보다도 2단계 하락한 등급으로, 잦은 철도사고 등 재난과 안전관리 부문에서 최하등급을 받았고 철도 운영 사업 성과도 부진했던 탓이다.
특히, 지난 2020년 40건이던 철도사고는 2021년 48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오봉역 사망사고를 포함해 66건으로 폭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 중 궤도를 이탈한 사고 이후 "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코레일에게도 기회는 있다. 올해 안전 대책을 대폭 강화하고 30년만에 점용계약이 해지되는 의왕ICD를 잘 활용해 화물운송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 경영성과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레일 총 부채, 4년간 3조8000억원 늘어 지난해 18조6608억원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경영성과까지 부진한 코레일은 정부의 골칫덩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봉역 사망사고(‘22.11) 등 최근 급증하는 철도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고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KTX 궤도이탈(1.5) 등 세 차례의 궤도이탈과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작업자가 4명이나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최근 연말연시에도 수도권 1호선 전동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2시간이나 정차한 사고 등 각종 사고·장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철도의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감이 심화돼 왔다"고 밝혔다.
코레일의 경영성과도 안전문제 못지 않게 심각하다. 코레일의 총 부채는 지난 2017년 14조8808억원에서 지난해 18조6608억원으로 4년간 3조8000억원 늘었다. 연 평균 약 1조원씩 부채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이 기간중 정규직 인원은 2만7576명에서 3만2332명으로 3277명 늘었고 1인당 평균 보수액은 6743만원에서 6909만원으로 166만원 증가했다. 이중 여성 정규직은 2017년 2719명에서 지난해 3905명으로 4년간 약 1200여명이 늘었다.
또한 전체 고용에서 여성 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정규직 인원 증가는 상대적으로 훨씬 많았다. 이는 당초 자회사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던 KTX 여승무원들이 코레일의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코레일의 총 매출액은 2017년 5조7867억원에서 지난해 5조7647억원으로 180억원 감소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4조9586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매출은 감소했는데, 정규직 인원이 늘어나면서 경영실적 악화의 주요한 원인이 됐던 셈이다.
▲철도, 화물분담률 1%대에 불과...친환경 운송수단이면서도 탄소중립에 기여 못해
철도운송은 도로운송에 비해 탄소발생률이 4%에 불과할 만큼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도의 화물분담률은 1%대에 머물고 있다. 캐나다는 40%, 미국은 20%, 유럽연합(EU)는 10% 정도다. 국내 철도분담률은 지난 2008년 6.4%(화물수송량 4680만톤, 컨테이너 수송량 118.5만 TEU)에 이르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이는 민영화를 통한 경쟁체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공기업의 한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도 철도의 화물분담률을 높이기 위해 지원금을 늘리겠다는 입장이지만, 40FT 컨테이너 기준 1KM당 6500원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지난 2016년 3월 제정해, 그해 9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철도물류산업육성발전법'이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것이 물류전문가의 지적이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부 교수(물류학 박사)는 "스위스의 경우에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해 친환경적인 철도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막대한 고속도로 통행료를 거두지만 철도에 전혀 쓰지 않고 있는 실정이며, 유가보조금 명목으로 매년 약 1조8000억원이 도로에 지원되고 있으나, 철도물류의 전환교통지원사업에는 매년 겨우 30~40억원 정도가 지원되고 있어 철도로의 화물 운송 전환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데도, 철도와 해운, 항공 물류의 연계가 매우 부족해 복합 물류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있다"며 "해운이 해양수산부에 있고, 항공과 철도는 국토부에 있어 복합물류경쟁력이 중요시되는 국제적 흐름에 뒤쳐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코레일의 경영이 정상화되려면 국토부가 탄소중립 개념을 도입해 철도화물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과, 코레일 경영진과 직원들의 자구노력이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올해 6월30일 계약 만료되는 의왕ICD, 향후 활용 계획 아직 내놓지 않아
의왕ICD는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일대 약 23만평 규모의 내륙 컨테이너 통관기지다. 화물업체들이 화물을 보관, 하역, 운송, 배송하는 물류거점으로 내륙수송기지의 역할과 철도를 이용해 부산항, 광양항 등의 화물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철도수송기지의 역할도 맡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는 수출입 화물의 통관도 이뤄진다. 이를 위해 세관·식품검사소·식물검역소 등 정부기관과 철도운송업체·은행·관세사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지난 1984년7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올해 6월로 30년이 채워진다.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 하면 이 넓은 부지를 화물업체들이 전용했던 30년의 임대계약기간이 올해로 끝난다는 얘기다.
당초 의왕ICD는 철도의 화물운송분담률을 높여 도로운송을 철도로 전환하며 도로파손,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 사회적비용을 줄이는 등 모달시프트의 일환으로 수출기업들의 물류경쟁력을 강화하며, 도로운송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조성됐다.
그런데, 우리나라 철도 화물운송분담률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캐나다 40%, 미국 25%는 물론, 여러나라의 국경을 통과하는 유럽연합(EU)의 10%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화물연대파업 등에 취약한 산업구조에는 이같은 이유도 있는 셈이다.
문제는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물론, 의왕ICD의 땅 주인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대표 나희승)조차 오는 6월30일로 계약이 만료되는 의왕ICD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20만평이 넘는 의왕ICD 부지 대부분을 화물업체들이 컨테이너를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미리 계획을 짜서 업체들에게 점용허가협약의 종료를 통보해줘야 화물업체들도 향후 대책을 고려할 텐데, 국토부나 코레일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업체들은 거의 공짜에 가까운 임대료로 이 넓은 부지를 활용하고 있기때문에 먼저 얘기를 꺼낼 이유가 없다. 우물쭈물하다가 만기가 지나면 저절로 재계약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화물업체들은 정부나 국민이 여기에 관심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
▲탄소중립 위해서도 철도 화물운송분담률 10% 이상으로 높여야
철도는 도로교통에 비해 탄소발생량이 4%에 불과하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라도 철도의 화물운송을 늘려야 한다.
지난 2008년 국내 철도화물수송량이 약4680만톤으로 수송분담률 6.4%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에는 2800만톤(코레일), 수송분담률 1.5% 정도에 불과하다. 캐나다의 40% 미국의 25%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철도의 화물 영업이 활성화돼야 하려면 화물업체들이 철도화물을 늘릴 수 있도록 경쟁시켜야 한다. 물량이 늘면 운임을 인하해주는 등 다양한 소구점들을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구 교수는 "공기업인 코레일은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굳이 화물운송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며 "코레일이 해법으로 제시하는 장대열차는 수요도 없는데 공급만 늘리자는 얘기로 들릴 가능성이 높다. 화물영업부터 활성화하는 것이 순서"라고 꼬집었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코레일이 현재의 위기를 깊이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문제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