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김승연·이웅열 등 누구도 차기 회장에 소극적 입장
- 손경식 경총 회장, 전경련과 통합 움직임...과거 같은 조직
허창수 회장이 사임하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차기 회장에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아 위기에 빠졌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이 차기 회장을 찾지못해 책임감으로 6회 연속 회장직을 맡았지만 이번에는 완고한 것 같다"며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에 전경련 회장이 빠지자 회장직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나 차기 회장은 쉽지 않은 형국"이라고 전했다.
전경련은 2월 23일 회원사 총회를 열고 허창수 회장 사임에 따른 차기 신임 회장 후보 선정에 나설 예정이다.
회원사 총회는 전경련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1년에 한번 열린다. 지난 2017년 전경련 혁신안에 따른 조직 축소 개편 이후 회장단 회의 대신 회원사 총회가 중요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허창수 회장(GS건설 회장)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경련 부회장단과 식사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허창수 회장과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사의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회장은 2011년부터 6회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2년 임기 회장직이라는 점에서 22년간 맡은 셈이다.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최장수 회장이다. 회장 임기는 2월에 끝난다.
허창수 회장은 2017년과 2019년, 2021년 임기를 마칠 때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마땅한 후보가 없어 책임감 때문에 회장직을 계속 맡아왔다.
허창수 회장의 사임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일정에도 동행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작용을 했다. 또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단체장들을 불러 청와대 상춘재에서 비공개 만찬을 했을 때도 전경련은 빠졌다.
전경련은 대기업을 회원사로 둔 민간 종합경제단체로 박근혜 정부 때 까지만 해도 경제단체 '맏형' 노릇을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위기에 처했다. 2016년 LG를 시작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한 이후 지금까지 재영입을 못하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 수는 2014년 500개사에서 2016년 619개사까지 늘었지만 지금은 420개사로 쪼그라들었다.
전경련 혁신위, 신임 회장 후보 추천 및 인적 쇄신 작업...2월 23일 회원사 총회 예정
신임 회장 후보 추천은 전경련 혁신위원회가 맡고 있다. 전경련 혁신위는 지난 9일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주재로 발족된 바 있다.
전경련 혁신위는 기업 회장으로 구성된 내부 인사와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7~8명의 위원을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혁신위는 신임 회장 후보 추천은 물론 조직·인적 쇄신에도 나설 전망이다. 따라서 전무 이하 임원진의 일괄 사표를 받는 등 인적 쇄신에서 잡음도 예상된다.
전경련 내부에서는 4대 그룹을 회원사로 다시 영입할 역량이 있는 사람이 회장직을 맡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 입지가 좁아져 누구도 회장직을 맡지 않는 분위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뿐 아니라 혁신위원장 이웅열 회장조차도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데 소극적 입장이다. 4대 그룹도 전경련에 재가입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경련과의 통합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총은 노사관계를 중심으로 다루는 단체다. 1970년 노사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올랐을 당시 전경련으로부터 독립했다. 경총은 4000개 이상의 대기업·중소기업 회원사를 두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다시 경총과 전경련이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창수 회장의 사임 이후 혼돈과 위기에 빠진 전경련을 재건할 차기 회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차기 회장을 찾지 못할 경우 전경련과 경총의 통합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