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중대재해처벌법, 1년 맞아 경영계 '법 개정' VS 노동계 '무력화 시도'..."사전 예방이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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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중대재해처벌법, 1년 맞아 경영계 '법 개정' VS 노동계 '무력화 시도'..."사전 예방이 효과적"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1.26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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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계,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조항 삭제 등 법 개정 주장
- 노동계, 엄정한 처벌 통해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 막아야
- 전형배 교수 "중대재해 처벌과 관련한 법체계 정비해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오는 27일로 1주년이 되는 가운데 노사의 평가는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 감소 효과 없이 혼선만 초래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멈추고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6일 로얄호텔서울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일반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하고, 그중 상습·반복적이거나 사망자가 많은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가중 처벌하는 방식으로 중대재해 처벌과 관련한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년간 경영계는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 대신 법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 표시를 하고, 노동계는 처벌 강화만을 외쳤다"며 "노동부는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고 진단했다.

"중소기업은 인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법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

경영계와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상반된 주장을 내놓았다.

경총은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및 기소 사건을 통해 본 법률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정부가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으나, 현재까지는 법 위반 입건 및 기소 실적이 많지 않다”며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범죄혐의 입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다 돼가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인적·재정적 여력이 부족해 법적 의무를 완벽히 준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사고 발생시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동안 ▲수사 장기화 ▲대표이사만 수사 ▲중소기업만 기소 ▲위헌논란 지속 등 4가지 문제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조항 삭제, ▲원청의 책임 범위 명확화, ▲50명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시기 추가 유예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멈추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엄정한 처벌을 통해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시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25일 성명을 내고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법이 잘못됐다며 되돌리려고만 했고, 정부는 그런 사용자단체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허송세월하며 시간을 보냈다”며 “(경영계는) 처벌이 아닌 예방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예방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관된 입장으로 법을 집행해야 하는데도 정권이 바뀌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다”며 “법인에 과태료를 부여하는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제재 방식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의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한 사건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1건이다. 이 중 10건은 중소기업·중소건설현장, 1건은 3중견기업이 대상이다. 실제 처벌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 법 시행 후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59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의 부담만 가중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총이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한 기업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93.8%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유예기간 연장 또는 적용 제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형배 교수는 "수사가 장기화하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처벌 수준을 높여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뒤 수사하기보다는 미리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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