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은 인텔이다. 1993년 이후 24년 동안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패권을 넘어 독재에 가까운 반도체 시장에서의 인텔 아성을 삼성전자는 과연 깰 수 있을까.
인텔은 CPU(중앙처리장치)와 컴퓨터 관련 칩셋, 랜 제품, SATA/레이드 컨트롤러, 임베디드, 서버, SSD 등 컴퓨터 전반에 걸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CPU등 비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플래시 메모리 양산형 모델을 만들기도 하는 등 기술력 부분에서 세계 최고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컴퓨터 CPU 분야에서는 90%를 넘나드는 절대적인 점유율로 경쟁사인 AMD를 압도하고 있다.
이런 인텔이 매출액 기준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일(현지시간) 美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삼성전자의 2분기 반도체 매출이 1분기(135억8000만달러, 약 15조6600억원)보다 7.5% 늘어난 149억4000만달러(약 1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텔의 매출 전망치는 144억달러로 삼성전자보다 5억달러 이상 낮다.
1분기 인텔의 매출은 142억2000만달러로 삼성전자의 135억8000만달러를 앞선다. 만약 2분기에 삼성전자가 인텔의 매출을 넘어선다면, 1993년 이후 24년만에 처음으로 인텔이 2위로 내려앉게 된다. 그간 삼성전자, 도시바 등이 인텔과의 격차를 2%까지 좁힌 적이 있었지만 인텔을 넘어서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이런 전망의 배경은 최근 수퍼사이클이라 불리는 반도체 시장의 초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반도체 가격은 전년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로 인한 단종사태로 약 7조원의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매출 14조8600억원, 영업이익 4조9500억원을 기록한 반도체 사업부문의 힘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된 반도체 시장의 호황은 2~3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SSD의 대중화, 서버용 수요 급증, 고용량화되는 스마트기기 등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속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가 자타공인 세계 1위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장 D램 점유율은 2016년 기준 48.1%다. 2위인 SK하이닉스(25.3%)와 격차가 크다. 3위는 마이크론으로 19.0%의 점유율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44.5%의 점유율로 독보적 1위다. 2위는 도시바(26.4%), 3위는 마이크론(13.6%), 4위는 SK하이닉스(13.6%)다. 최근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시스템 메모리의 절반이 채 되지 못한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73억달러이며, 이 중 시스템 반도체가 2050억달러(59%), 메모리 반도체가 807억달러(23%)의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5%에도 못미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인텔을 넘어 1위 자리에 오르는 것은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 질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초 삼성전자의 창립자인 故 이병철 회장은 저가품 대량 수출에 의한 성장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심한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시각은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쪽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병철 전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는 위기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
80년대 중반 반도체 가격 폭락, 1990년대 중후반의 승자독식 치킨게임의 상황에서도 꾸준한 투자를 단행하며, 2010년대 이후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타 회사가 넘볼 수 없는 독보적 1위를 견고히 지키고 있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