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CEO의 사외이사 임명권 소유 옳지 않아, 지배구조 고려해야”
최근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난항을 겪은 KT가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하고 이달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KT ‘셀프 추천’ 이사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최근 불거진 구현모 현 대표이사 사장의 배임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전에는 주총의 산을 쉽게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윤경림 내정자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KT는 최근 자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먼저, 윤경림 내정자가 현대차 재직 시절 에어플러그 인수에 모종의 역할을 한 공을 인정받아 KT에 재입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에어플러그는 구현모 현 대표 쌍둥이 형이 설립한 회사로, 현대차는 2019년 9월과 2021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에어플러그의 지분을 사들이며 자회사로 편입시킨 바 있다.
윤경림 내정자는 2019년 당시 KT에서 현대차로 이동해 부사장을 맡다가 2021년 9월 다시 KT로 돌아왔다.
KT는 “윤경림 사장은 통신 3사와 CJ, 현대차 등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은 물론 모빌리티, 미디어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사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판단돼 2021년 9월에 KT에 합류한 것”이라며, “현대차의 에어플러그 인수 당시 윤경림 사장은 투자의사 결정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거나 관여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러한 계기로 인해) 윤경림 사장이 재입사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구현모 대표가 현대자동차에 지급 보증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KT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구 대표가 KT텔레캅의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KT는 “당사는 사옥의 시설관리, 미화, 경비보안 등 건물관리 업무를 KT텔레캅에 위탁하고 있으며, KT텔레캅의 관리 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라며, “KT텔레캅은 정당한 평가에 따라 물량을 배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T와 KT텔레캅은 외부 감사와 내부 통제(컴플라이언스)를 적용받는 기업으로 비자금 조성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KT에 최근 이러한 의혹들이 쏟아지는 것과 관련해 사외이사를 대표이사가 선임하는 지배구조의 악순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종갑 인천재능대학교 스마트물류학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임명권 전권을 갖고 있다거나 현직 대표의 연임을 우선 심사하는 것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회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거수기 역할만 한다면 사실상 자리보전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T의 사외이사 7명이 전현직 CEO가 선임한 인사들로 구성하는 구조다 보니, 차기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서도 현직 대표이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혹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KT는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 공모제 필수 조항 삭제 후 이사회에서 현직 대표의 연임을 우선 심사해왔다. 이번 차기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우선 심사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재공모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대표이사가 임명한 이사진들이 셀프로 현직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를, 그것도 후보 공모보다 우선 결정하는 것이 과연 공정하냐는 뒷말이 나왔다.
KT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KT는 윤경림 내정자의 요청으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요 주주 대상 의견 수렴을 거친 최종 개선안을 정관 및 이사회 운영 관련 규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윤 내정자는 최근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 내정 소감문에서 “KT CEO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본인은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특히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