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표 단체로 '대한상의' 위상 이끌어
-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대선 당시 '멘토' 역할 등 친분 깊어
...전경련에 4대 그룹 재가입 등 역할 '관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에 이어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도 최근 정부와 공동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친분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등학교 동기동창이고, 김병준 직무대행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멘토' 역할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은 재계 경제단체 '쌍두마차'를 곁에 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 이래 재계 대표단체로 올라섰고, 전경련은 과거 대표단체였으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위상이 크게 위축됐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주도하는 등 위상 회복에 나서면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경제계 '친윤 라인' 투톱 역할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1976년 충암고에 입학한 동기동창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태원 회장은 입학 후 1학년을 다니다가 당시 성북동 집에서 가까운 신일고로 전학해 졸업했다. 따라서 최태원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은 충암고를 1년 가까이 함께 다닌 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국회에서도 언급되기도 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충암고 동창이어서 공정위가 봐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하기정 공정위원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태원, 부산엑스포 유치위 공동 위원장, 국가첨단전략산업위 위원 등 '1인 다역' 맡아
앞서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킨앤파트너스' 등 4개사에 대한 자료를 누락하고 제출한 혐의에 대해 경고 처분을 내리고, 고발은 하지 않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바쁜 경제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5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지원 민간위원회 출범식'에서 '부산엑스포 인간위원장을 맡아 책임이 무거울 것 같다'는 질문에 "모자 2개(SK그룹 회장, 대한상의 회장)도 힘들었는데 1년 동안 모자 3개가 됐다"며 "이제 제발 모자는 그만…. 이제 벗기 전까지 다른 모자 안 쓰고"라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 후에도 최태원 회장은 '모자'를 더 써야 했다. 지난해 11월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첨단산업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
첨단산업위는 첨단전략산업 투자, 인력 양성, 규제개혁, 금융 등 관련 정책과 계획을 수립·집행·점검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회장은 물론 대한상의 회장, 부산엑스포유치위 공동위원장, 첨단산업위 민간위원 등 '1인 다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최태원 회장은 소탈하면서도 친근한 소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거 총수들과 차별화된다"며 "재계 '컨트롤타워 역할'은 물론 어떤 포지션도 소화하는 1인 다역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준, 윤석열 대통령 방일 기간 중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개최...전경련 위상 강화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도 윤석열 대통령과 막역할 관계를 갖고 있다.
김병준 직무대행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멘토' 역할을 했다. 또 국민의힘 세종시당위원장,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김병준 직무대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맡고 있었으나 지난 2월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사임한 후 '구원투수' 역할로 나섰다.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전경련 패싱'이 일상화됐다. 특히 2017년 이후 삼성, SK, 현재자동차,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전경련 패싱'은 이어졌다.
그러나 김병준 직무대행 체제 이후 전경련은 상당 부분 위상회복에 성공했다.
김병준 직무대행은 여당 출신 우려에 "나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유시장 경제의 가장 기본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맞춰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개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다. 한국 대통령이 한일 경제인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도 개설했다. 전경련이 10억 원, 게이단렌이 1억 엔(약 10억 원)을 각각 출연하고, 향후 기금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기금 일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경련 주최 BRT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가 모두 참석했다. 국정농단 사태로 4대 그룹이 탈퇴한 후 전경련 행사 참석이라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가능성을 예상한다. 전경련 위상 위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
하지만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에는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4대 그룹의 BRT 행사 참석은 전경련 때문이라기 보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측면이 크다. 전경련 재가입은 국정농단 관련 국민 여론을 의식해야 하기에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김병준 직무대행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전경련을 만들어 4대그룹뿐 아니라 국내 기업이면 전경련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4대 그룹 재가입에 의지를 드러냈다.
재계에선 최태원 회장과 김병준 직무대행이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어떤 '기업 프렌들리' 정책에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