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일 오전 8시 9분부터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마무리된 10일 오전 8시 전체 위원회를 열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인으로 확정했다. 제19대 대선은 궐위선거로 열려 당선인 결정안 의결 즉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다. 정치권은 지역별, 세대별 득표율에 따라 향후 당권과 정국 주도권을 위한 격랑이 예상되고, 재계를 비롯한 산업계 역시 문 대통령이 추진할 새로운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기본료 폐지를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이 기본료 폐지다. 대선 때마다 단골로 등장했던 공약이지만 이통3사 등 업계의 반발로 매번 무산됐다.
이통사들은 통신 인프라에 대한 설비 투자, 유지, 보수 등에 대한 비용으로 기본료가 책정되며, 기본료가 폐지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기본료 폐지를 요구하는 측에선 통신 서비스에 대한 설비투자가 종료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통신사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5G 통신에 대한 기술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며 맞서고 있다.
5G 통신은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4차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현재 기본료 명목으로 받고 있는 요금은 1만1000원 수준이다. 만약 기본료가 통신 가입자 6100만명에 대해 일괄 폐지된다면 연간 약 7조26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임을 감안했을 때 부담스러운 액수다.
새 정부와 이통사간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본료를 현재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하고 데이터 통신비 인하 등 통신요금 인하가 일정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과거에도 통신비 절감을 내세워 강력한 정책이 추진된 적이 있었지만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통신비 1000원인하에 그쳤었다.
◇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조기 일몰과 분리공시
문 대통령은 오는 9월말로 일몰이 예정된 단통법의 조기 폐지를 주장했다.
현재의 단통법은 단말기 지원금을 최대 33만원, 유통점 추가지원금 최대 15%로 제한하고 있다. 같은 단말기를 서로 다른 가격에 구매하며 소위 '호갱'이 양산된다는 지적에 따라 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시행된 정책이다.
하지만 단통법은 '전국민 호갱법'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통신비가 내려갔다는 평가도 있으나, 최신 단말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이통사들의 배만 불렸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또 지난 연휴 발생한 갤럭시S8 보조금 대란 사태에서 보듯이, 단통법이 이미 유명무실해 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 공백으로 시장 감시마저 구멍이 뚫렸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단통법 조기 폐지를 공약했다. 현재 여론도 조기 폐지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다만 오는 9월말로 자연 일몰되는 법안으로 조기폐지의 실효성은 의문으로 남는다.
분리공시제도는 통신사를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고 개통할 때 지급되는 보조금을 이통사와 제조사별로 따로 공시하는 제도다. 단통법 시행 당시 분리공시제가 고려됐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강력하게 반대했다. 결국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됐다.
◇ '4대 악'으로 규정된 게임...'셧다운제' 등 규제 풀리나
2013년 박근혜 정부는 '4대 악'을 규정하며 게임을 포함시켰다. 게임 중독에 따른 범죄 등의 피해가 사회적 문제라는 논리였다. 이에 게임업계는 게임이 폭력성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지만 결국 '셧다운제' 등의 규제가 도입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규제를 제대로 풀어주면 게임 산업은 다시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부처에서 성과주의로 내놓은 정책은 실효성이 미비해 자칫 산업 경쟁력만 저하시키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자율규제'를 강조해 왔다. 다만 업계의 자율규제 수위에 대해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정부 등과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는 조건이 달렸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