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 순수 신재생 E-퓨얼 상용화까지 투자·연구 더 필요
독일의 고급 자동차 및 수퍼카 제조사인 포르쉐(Porsche)는 최근 오는 2035년부터 실시될 내연기관 신차의 EU 시장 퇴출 법안에 대비하고 e-모빌리티로의 전환을 위한 차세대 자동차 연료로써 e-퓨얼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지난 3월 13일, 올리버 블룸(Oliver Blume) 포르쉐 최고경영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소재 폴크스바겐(VW AG, 포르쉐의 모회사) 본사에서 열린 연례 사업 보고회에서 이 같은 ‘심정적’ 발표를 했다. 이는 포르쉐가 미래 e-모빌리티 시대에도 내연기관엔진 자동차 생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는 그가 사실상 EU 정치가들과 투자자들을 향한 e-퓨얼 대체 연료 업계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차원의 투자 유치와 대량 생산체제 구축 협조를 요청한 독일 자동차 업계를 대표한 호소로 풀이된다고 로이터통신과 슈피겔 등 해외 유력 언론은 보도했다.
최근인 3월 28일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U委)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엔진(ICE) 신차 판매 금지법에 최종 합의하면서 e-퓨얼(E-fuel) 구동식 내연기관 자동차를 ICE 차에서 예외적으로 제외시킨다는 부가 조항을 추가시켰다.
독일 자동차 업계가 종국적으로 미래의 모든 교통 및 운송은 전기 구동 모빌리티 즉 e-모빌리티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그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에는 변함이 없다. 예컨대, 포르쉐는 오는 20230년까지 EU 시장에 판매할 신차 중 80%는 100% 전지 충전식 전기차(BEV)로 구성할 목표를 수립했다.
오는 2050년 탄소제로 달성의 해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남은 25년여의 이행기 동안, e-퓨얼 업계는 e-퓨얼 합성연료 구동 내연기관엔진 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와 2035년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할 과도기 대체 에너지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강력히 설득한다.
포르쉐는 모회사 VW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공급에 유리한 칠레에서 e-퓨얼 연료를 생산 설비에 투자해오고 있다. 그러나 e-퓨얼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인 만큼 생산가 및 에너지 소비 비용이 매우 높고 생산량도 미미해 대량 생산 및 광범위한 상용화에 적합지 못한 단계다.
내연기관에 의존하는 국제 교통 업계의 협업 절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 외에 여전히 글로벌 교통업계 — 국제 항만·항공·철도 등 — 의 협조가 필요하다. 현재 투입 중인 전 세계 선박과 항공기 대부분이 내연기관식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이들 업계가 자동차 업계와 협력해 e-퓨얼 기술을 동반 도입∙실험해야 투자자 확보, 개발업체 증가, 공급가 합리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적 정책, 투자, 기술 개선, 생산가 합리화가 계획대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오는 2030년까지 유럽의 소비자들은 주유소에서 기존 휘발유 보다 e-퓨얼 구매 시 최소 50%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할 것으로 전망된다(자료: Transport & Environment 브뤼셀 본사 청정에너지 및 환경운동단체).
e-퓨얼, 명품 내연기관차용 명품 대체 연료?
e-퓨얼은 대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와 수소를 합성시켜 생성한 연료다.
CO2 감축 측면에서, e-퓨얼의 기술적 한계는 ICE차에서 e-퓨얼이 연소되는 과정에 CO2를 발생한다는 점이다.
100% 전지 충전식 전기차(BEV) 보다 더 우수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력을 달성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 e-퓨얼은 물론 100% 신재생 전력(태양열, 풍력 등)을 사용해 생산된 100% e-퓨얼이다.
당분간 과도기 대안으로써 연료 제조공정에서 비신재생 전력을 사용한다든가 연료에 휘발유 등 비신재생 연료를 혼합한 e-퓨얼 블렌드(RED II mix)는 100% 전기구동차나 100% 신재생 e-퓨얼 보다 CO2 배출량이 4~5배 높지만 과도기적 대체 연료로 고려된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2023년 4월 3일 자 기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오는 2030년까지 100% 순수 신재생 에너지 기반 e-퓨얼의 대량생산화 및 공급은 현단계 인프라와 기술적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00% 탄소중립적 e-퓨얼 기술은 1) 합성에 필요한 수소를 청정에너지를 이용한 물(H2O) 전기분해 기술과 2) 대기 중 직접 공기 포집 기술 같은 신흥 기술 응용이 선행적으로 뒷받침돼야만 상용화가 실현될 수 있다.
현재 EU 시장 내 절대다수의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 체제로의 이행을 준수한다는 입장인 반면, 독일의 포르쉐와 이탈리아의 페라리(Ferrari) 등 소수의 호화 수퍼카 제조업체들은 앞으로도 내연기관차를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 자동차 업계는 전통적으로 오랜 세월 동안 세련되고 우수한 내연기관 기술에 투자해왔을 뿐만 아니라 독일 제조업계 일자리의 11% 이상이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부문과 연관돼있다.
독일은 현재 e-모빌리티로의 완전 이행까지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EU 측 법규 마련을 요구하는 가운데, 폴커 비씽(Volker Wissing) 獨 연방 교통부 장관은 2035년 이후 e-퓨얼 주입식 내연기관차를 EU 경제 구역 내에서 신차 등록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 제정을 로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