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센서 기술 등의 발달로 로봇 활용 분야가 크게 확대되며 로봇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세계 제조업용 로봇 공급량은 연평균 13% 성장하고, 같은 기간 중국은 연평균 20% 성장할 전망이다.
IT 리서치 업체 가트너는 "현재 로봇 시장이 Triggering(방아쇠, 출발점 단계) 단계에서 기대가 높아지는 단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능형 로봇 활용, 어디까지 왔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지능형 로봇의 현황과 관련 주요 이슈를 정리하고 활용 기회를 탐색했다.
◇ 전환점을 맞이한 로봇 시장
생산현장에 사용되는 전세계 제조업용 로봇은 '15년 163만2000대에서 '19년 258만9000대로, 특히 중국은 6만9000대에서 16만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집안청소, 레저, 헬스케어 등 개인 서비스용 로봇은 같은 기간 5400대에서 4만1800대로 증가하고 매출액은 '16~'19년 기간에 224억달러로 성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글로벌 ICT 기업들의 참여로 로봇 시장의 중심축이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ABB, 화낙, KUKA, 리싱크 로보틱스 같은 하드웨어 로봇기업 중심이던 로봇시장에서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이 IoT,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하루 평균 300만건 이상의 주문을 처리하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는 제품 분류 및 운반 로봇인 키바 로봇, 최대 6톤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로보스토, 2.3kg 이하의 물건을 배송하는 프라임에어 등 다양한 로봇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테슬라는 올해 말 출시 예정인 전기자동차 '모델3'에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기능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 전시된 로봇 제품 수는 346개로 지난해 117개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지능형 로봇
단순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로봇팔 등과 달리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행동하는 지능형 로봇도 등장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은 온습도, 소리, 영상, 위치 등 물리적인 환경정보 감지 센서와 센서 값들을 조합한 가상센서 기술을 접목해 외부 정보를 인식한다.
인식된 정보와 미리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객체를 인식하거나 명령을 해석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결정하고, 기계조작, 음성송출 등을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한다.
일상생활이나 공항, 전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능형 로봇의 활용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아마존의 '에코'로 촉발된 인공지능 음성인식 홈 비서 서비스는 가정과 사무실에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구글의 구글 홈, 애플의 시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삼성의 빅스비,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등 해당 인공지능 플랫폼에 대한 각국 ICT 기업들의 기술개발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2014년 출시한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Pepper)'는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IBM의 왓슨을 활용한다.
페퍼는 키 120cm, 몸무게 29kg으로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한 감성 대화가 가능하다. 현재 소매점 대리점, 전시장, 산업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282개 초, 중학교 및 28개 비영리 단체에 '페퍼'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고객 확대를 위해 노력중이다.
국내 사례로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되는 LG전자의 공항 안내 로봇을 들 수 있다. LG전자가 시범 운영중인 공항 안내 로봇은 탑승권을 스캔해 탑승 시각, 게이트 정보 등을 알려주고, 길을 잃은 여행객을 안내하거나 빠른 이동 경로를 제시해 준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 언어를 구사한다. 이밖에도 LG전자는 공항청소 로봇, 잔디깎이 로봇 등도 선보였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는 '코봇(CoBot, Collaboration Robot)'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가와사키 로보틱스의 'duAro'는 양팔형 협업 로봇으로 양손 움직임, 팔의 독립적 움직임이 가능하다. 바퀴로 이동하며 동작이 부드러워 인간과 함께 현장 작업이 가능하고, 충돌방지 기능으로 작업자 부근에서 로봇이 저속으로 동작하기도 한다. 또 로봇이 멈춘 상태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로봇을 교육할 수도 있다.
◇ 지능형 로봇 관련 주요 이슈
로봇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지능형 로봇의 법적 지위, 일자리 잠식, 사생활 침해, 안전성 등 다양한 사회적,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로봇의 창작물이 저작권 등 법이나 규제를 위반하는 경우의 처벌 방법, 로봇에 의한 사고 발생시 사용자 혹은 제조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또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며 이익 독점 및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MIT, 보스톤대 연구진은 산업용 로봇 1대가 6명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MS의 빌 게이츠는 "인간 노동자에세 세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한 로봇에게도 세금을 부과하자"는 일명 '로봇세'를 제안하기도 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소셜로봇은 사용자 연락처, 대화내용, 집안 모습 등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및 저장이 필요한 서비스로 비서인 동시에 감시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중인 공룡 ICT 기업이나 국가차원에서 지능형 로봇이 가져올 윤리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스스로 지능형 제품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중이다. 지난해 9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MS, IBM은 '인류와 사회 이익에 기여할 AI 파트너십'을 출범시켰으며 애플도 이사회에 참여했다.
미국, EU, 일본 등 4차 산업 선진국들은 로봇제품의 안전성 테스트, 사용 가이드라인 등을 국가차원에서 준비중이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