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전형에 대기업 추천, 정부 부처 추천 더해 총 세 가지 트랙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최대 1조 1000억 원의 혈세를 지원하는 '초격차 분야 혁신성장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KT와 협업 중인 5개 스타트업이 모두 선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선정된 KT협력사 중 한 기업의 관계자는 “일반 트랙의 경쟁률은 십몇 대일이지만 추천 트랙의 경쟁률은 한 자릿수대였다”고 밝혔다. 이에 떨어진 기업을 중심으로 불공정성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10일 <녹색경제신문>이 취재한 결과, 중기부가 올해 2월 15일 공고한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2023년 혁신분야 창업패키지 참여기업 모집'은 총 세 가지 트랙이 있었다.
기업끼리 일반적 경쟁을 거치는 일반 전형과는 별개로 대기업 및 관련부처가 추천 권한을 가진 특별 전형도 존재했다. 당초 모집공고상에는 특별 전형 관련내용이 전혀 없었다.
즉 공고에 나와 있지 않았던 특별 전형을 통해 5개가 지원해서 5개가 다 선정된 KT협력사의 경우 100% 합격률을 기록한 셈이다.
게다가 이러한 특별 전형은 블라인드로 진행되지 않았다. 심사위원은 해당 기업이 대기업의 추천으로 지원했는지, 일반 전형으로 지원했는지 알 수 있었기에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또 중기부는 심사위원의 구성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자세히 말하길 꺼렸다. 중기부의 공고문에 따르면 평가 방법은 1단계 서류 평가와 2단계 심층 평가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분야별 기술 전문가 위원단’과 ‘글로벌 대·중견 임직원, AC(엑셀러레이터)·VC(벤처캐피탈) 등으로 구성된 위원단’이 ‘혁신성, 성장성’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도 자금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것이다.
이와 함께 KT홍보실 관계자는 "주어진 추천 권한을 사용해 거래 중이거나 기 투자금이 있는 스타트업을 이번 프로그램에 추천했을 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도 많은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고, 프로그램이 있을 때 협력관계에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도움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용희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동기부여를 위해 우수협력업체를 선발하는 등 협력 업체와 관계를 갖는 것은 일반적”이라고 말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는 대기업에게 추천 권한을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KT와 같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중기부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