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저격수, 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김 교수의 내정 소식은 문재인 대통령이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받는 한편, 재계와 재벌들에게 일대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오랫동안 꾸준히 주장해 온 김 교수는 현 정부에서 재벌 부당행위의 강력한 감시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장,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특히 삼성 저격수로 불릴만큼, 삼성의 지배구조에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로도 꼽힌다.
그는 대선 기간 중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해 재벌 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인 'J노믹스'를 만들어 내는데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조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의 지배구조 등에 대해 설명하며 대중적으로도 크게 알려졌다.
김 교수는 재벌들 중에서도 상위 4대 재벌 내지 그로부터 계열분리된 친족그룹을 포함한 범4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을 지적하고 있다. 범4대 재벌로 범삼성, 범현대, 범LG, SK그룹을 꼽는다.
그는 재벌을 "특정 가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으로 규정하며 기업의 경영권 승계가 재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한다.
그간 김 교수의 발언들에 비춰볼 때 문재인 정부는 강력한 재벌 개혁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중요 업무 내용들을 언론 보도 이후에 보고됐다는 것에 대해 "그룹 회장이 해야 할 중요한 업무는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전혀 몰랐다는 발언은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월19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와 '주진형의 경제민주화'라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삼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삼성그룹 신입사원 합숙훈련을 거론하며 "신입사원들에게 나눠주는 매뉴얼에서 삼성의 3가지 성공 포인트로 첫째, 삼성 회장의 영도력, 둘째, 미래전략실의 기획력, 셋째, 계열사경영진의 전문성이 어우러져 지금의 삼성이 나왔다고 한다"라고 소개하며 "이러한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삼성에서 버틸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이건희 회장은 1987년부터 2014년까지 26~7년간 회장을 했는데 직접 경영을 한 기간은 극히 짧으며, 이건희 자신의 이름을 건 사업은 모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 예로 삼성자동차를 들며 "(삼성자동차는)그룹을 망칠뻔한 것 뿐만 아니라 나라를 말아먹을 뻔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벌 총수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면 할수록 그 기업이 망한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2013년 7월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삼성에 늘 비판적인 입장을 쏟아내던 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입증받으려면 밖으로 나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통한 승계의혹 특검 재판과 관련해서도 김 교수는 재판정에 출석해 재판장에게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판에서 삼성측의 "기존 주주에서 이재용 등 새로운 주주로 부의 이전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주장에 대해 "적어도 8만5000원의 가치를 갖는 회사의 주식 혹은 채권을 8만5000원에 발행하는 기업과 7700원에 발행하는 기업의 가치가 어떻게 같을 수 있나...(중략)...이는 경제학과 1학년 학생도 이해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삼성을 비롯한 각종 재벌 지배구조 관련 사건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 왔다.
백성요 기자 sypaek@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