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가 제조한 전기차 운전자들이 향후 테슬라(Tesla)의 전기차용 급속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게 된다.

향후 비(非) 테슬라 전기차 보유자들이 충전 시설 접근성이 쉬워지게 될 경우 EV 시장의 매출 및 EV 보급율 향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밝은 전망과 분석이 나오자 주말인 6월 9일 금요일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와 GM의 주가는 각각 5%와 4%씩 급상승했다.

♢ GM × 테슬라 인프라 공유 합의, 승자는 일단 또다시 테슬라

이는 테슬라가 북미 EV 시장에서 전지 및 충전망 표준 기술 보유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미국 차 제조업계의 EV 보급률 향상에 기여하는 윈윈(win-win) 딜 일뿐만 아니라, 종국에 북미 EV 충전 단자 표준화에 한 걸을 더 가까이 다가섰음을 뜻한다고 미국의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기사에서 분석했다.

이는 불과 두 주일 전인 지난 5월 25일 포드 자동차(Ford Motors)가 테슬라의 급속 EV 충전소 네트워크 공유 계획을 발표한 후 미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기업인 GM(북미 차 시장 점유율 16%)이 포드를 뒤따라 내놓은 발표여서 더 의미심장하다.

6월 8일(미국 현지 시각) GM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4년부터 GM 전기차 운전자들은 테슬라가 운영하는 ‘슈퍼차저(Superchargers)’ 급속 충전소 1만 2,000곳에서 충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단, GM 전기차 고객들이 테슬라 충전소 이용을 하려면 테슬라 슈퍼차저와 호환 가능한 별도의 어댑터를 구비해야 한다. 현재 GM사가 제조한 EV 차종들은 테슬라가 개발한 충전 단자와 다른 CCS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GM은 오는 2025년부터 GM서 제조되는 모든 EV 신차의 충전 단자를 테슬라 슈퍼차저 급속 충전소 전용 단자로 교체해 생산하기로 테슬라와 합의했다고 부연했다.

♢ 독립 충전소 사업자들·유럽 EV 제조업체들 위기 의식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 시설은 주로 동부와 서부의 대도시 지역에 밀집돼 있다. 그나마도 여태까지 북미 차 시장에서 테슬라 전기차 소유주들이 가장 광범위하고 안정적인 전용 충전소 서비스를 누려왔다. 

EV 충전 서비스 업계 역시 독립 충전소 사업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위주로 어수선하게 분산돼 있어 특히 타 EV 브랜드 운전자들은 충전소 부족과 접근성 어려움 등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과 앤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충전 케이블이 메이커와 품종마다 다르듯, 시중 EV 업계는 자동차 브랜드 마다 제각각 설계한 여러 상이한 충전 단자들이 공존하며 경쟁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GM과 포드를 비롯한 대다수 EV 제조업체들은 결합 충전 시스템(Combined Charging System, 줄여서 CCS) 차량 충전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포드와 GM의 테슬라 슈퍼차저 급속 충전소 공유 합의와 테슬라 자체 개발 북미식 충전 시스템(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줄여서 NACS)으로의 이전 및 통합 결정은 미국 자동차 업계가 NACS를 광범위한 충전 표준으로 인정하겠다는 강력한 지지 의사 표명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서 이제까지 CCS 충전 시스템의 고객들에게 제공해온 EV 충전소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의 NACS 표준으로 전환해야 하는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또, 독립 충전 네트워크들이 CCS￫NACS 이행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 문제도 커 질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전기차 충전소 구축 및 확대 정책을 추진해 온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책안도 예의 주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