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인 선임하고 구체적인 감정사항 논의
-약 50일 간의 감정기간 후 재판 진행예정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27일 감정기일이 열렸다.
이날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EDR과 음향분석 감정인을 각각 선정하고, 원고측과 피고측의 의견을 수용해 감정사항 및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결정했다.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재판부는 감정인이 요구한 약 50일의 감정기간이 끝나는대로 재판을 이어갈 것이고, 필요에 따라 보안감정 등도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DR 분석을 통해서는 운전자 최 모씨가 가속페달을 계속해서 밟고 있었는지와 EDR 신뢰성 여부 등을 검증한다.
EDR(Event Data Recorder, 차량용 블랙박스)은 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로, 충돌 전후의 사고를 기록해 사고 정황 파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EDR에 ‘충돌하기 5초 전부터 충돌할 때까지의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라고 기재된다면, 5초 동안 더 이상 가속페달이 밟히지 않을 정도로 있는 힘껏 밟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차량 속도도 증가해야하는 것이다.
원고측은 EDR 기록에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라고 기록됐지만, 차량은 5초 동안 시속 약 115km/h에서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15km/h에서 5초 동안 가속페달을 100%로 밟으면 최소한 140km/h가 넘어야하기 때문에 EDR 기록의 신뢰성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EDR 분석을 맡은 감정인은 주어진 EDR 기록으로 속도와 관련된 분석이 가능하고, 기간은 약 10일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감정인은 EDR 원본이 있으면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고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EDR 원본은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돌려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음향 감정을 통해서는 엔진소리와 기아변속소리를 분석한다. 원고측은 첫 재판에서 정상 급가속시 엔진소리와 급발진시 엔진소리가 상이한 음향학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며 음향 감정을 신청했다.
이번 감정기일에는 기어변속레버 작동시 음향학적 특성에 대한 비교분석을 요청했다. 변속레버를 D에서 N으로 변경할 때와 N에서 D로 변경할 때의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음향 분석을 맡은 감정인은 사고 차량과 년식, 주행거리, 블랙박스 등이 동일한 조건에서 검증할 것이고, 약 5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피고측 법률대리인은 EDR 분석의 경우 차량이 충격으로 파손된 상황을 고려해서 분석해야 하고, 음향 분석의 경우 사고 당시 소음이 섞였기 때문에 분석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판에 앞서 급발진 의심사고로 숨진 故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 모씨는 기자들은 만나 입장을 전했다.
이 모씨는 “이 사건을 통해서 그동안 밝힐 수 없었던 EDR 신뢰성 쟁점 사항들과 급발진시 발생되는 엔진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밝혀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힘겹게 싸우고 있다”면서, “어머니는 과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증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조물책임법 입증책임전환 1차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공정위에서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머니와 지난 재판 이후 만나뵙질 못했다”면서, “원망하는 것도 아닌데 얼굴을 보면 눈물이 터져나와서 전화로 안부를 묻고있고 어머님도 하루하루 버텨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월 강릉 홍제동에서 급발진 의심사고로 뒷좌석에 타고있던 12세 故 이도현 군이 숨지고, 도현 군의 할머니 운전자 최 모씨가 크게 다쳤다.
차량 운전자 최 모씨와 그의 가족들은 지난 1월 차량 제조사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약 7억 6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