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SK 비상장사 가치 상승에 주목”...SK 지배구조 또 바뀔 가능성 높아
2002년 SK글로벌이라는 회사가 분식회계로 이슈 되고 있으면서 주가가 크게 변동이 있었다. 당시 분식회계의 결정적 원인은 부실 계열사 지원이었다.
분식회계는 Total Return Swap(TRS)을 통해 진행됐다. TRS란 대기업 대주주가 지분을 파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다시 사 올 수 있는 콜옵션을 받으면서 주식을 담보 잡고 대출을 받는 성격의 재무구조 방식 중 하나다.
분식회계 사건이 주가가 하락하자 소블린이란 헤지펀드가 SK의 경영권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고, 주주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SK의 지배구조를 바꾸고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힌다.
소블린이 최태원 회장에 대한 경영권을 본격적으로 공격하자 최태원 회장은 시장에서 다른 계열사들을 동원해 자사주와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
소블린 신드롬 이후 SK의 지배구조는 철저히 경영권 방어를 위한 구조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현물출자로 대주주 경영권 강화에 나선 SK
2002년 최태원 회장→SK C&C→SK→SKT·SK글로벌·SKC·기타 자회사로 이어지던 지배구조는 자사주 매입·인적분할·스왑을 통해 최태원 회장→SK C&C→SK·SK에너지로 나뉘며 SK 밑단에 SKT·SK글로벌·SKC·기타를 가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SK가 SK에너지를 인적분할하면서 17.3%에 해당하는 자사주의 매직이 발생하고 이를 이용해 현물출자를 했다. 이를 통해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지배권은 강화됐다.
자사주의 매직이란 통상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이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신설되는 자회사에서 의결권 있는 신주를 배정받아 지배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을 뜻한다.
현물출자를 통해 경영권을 강화한 SK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SK C&C→SK→SK에너지(28.5%)·SKT·SK네트웍스·기타로 지배구조가 변화하게 된다.
전형적인 경영권 위협을 받은 회사가 자사주로 방어 후 인적 분할을 하고 자사주 매직을 이용해 현물출자를 해 경영권을 강화하는 구조로 지배구조가 바뀐 것이다.
경영권 강화 후 물적분할로 대주주 경영범위 확대 나선 SK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는 경영권 강화 후 SK의 자회사 SK에너지를 물적분할한다. 이후 SK의 지배구조는 SK→SK이노베이션(중간지주)→SK에너지(석유사업)·SK종합화학(화학사업)·SK루브리컨즈(윤활유 사업)·기타로 변경된다.
주목할 점은 SK이노베이션의 중간지주 전환이다. 자금조달 전문 회계사는 13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취재에서 “SK이노베이션의 중간지주 의의는 사업 부문별 전문화와 신속하고 탄력적인 의사결정에 있지만 방점은 신규자금조달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사가 설명한 신규자금조달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성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분할 신설회사의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둘째 사업 부문 처분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성 셋째 연결 실체의 확대로 대주주의 경영범위 확대가 그것이다.
여기서 셋째가 걸린다. 합병 전 최태원 회장→SK C&C→SK→SK이노 등 그리고 증손자 회사 들까지 고려하면 모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하려면 상장은 30% 이상 비상장은 50% 이상이 필요하고 증손자 회사의 경우 100% 지분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SK하이닉스가 나온다. 당시 SK가 하이닉스를 수월하게 합병하고 ‘지배력’을 편하게 확보하기 위해 SK C&C와 SK를 합병하고 SKT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인적·물적분할 결과 2018년 SK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SK→SK이노베이션·SK네트웍스(SK글로벌)·기타·[SKT→SK하이닉스]로 변경되며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당연한 이야기다.
이후 2020년 SK는 ICT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또다시 인적분할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SKT→SK하이닉스’만 떼어내 인적분할을 실행한다.
인적분할 후 SK→SKT·SK스퀘어(재상장) 구조로 바뀌며 SKT 밑단에는 SK브로드밴드가 SK스퀘어 밑단에는 SK하이닉스·11번가·원스토어·티맵이 자리하게 된다. 여기서 SK스퀘어 부문이 SK가 ICT로 키운다는 사업 부문이다.
SK 하나에 인수합병 인적분할 물적분할 상장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여기서 나올 수 있는 세무적 효과 등이 다 담겨있지만 결과적으로 SK의 지배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과 같이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강화와 지배 범위 확대로 이어진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자회사 가치의 변화”라며 “비상장 자회사의 가치를 장부가로 반영하더라도 자체사업을 고려 시 67% 수준이며,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비상장 SK 자회사들의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향후 SK가 어떻게 지배구조를 바꿀지 기대된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