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 대표이사 맡기도
- 김동관 vs 정기선, 절친이지만 사업 라이벌...최근 해군 함정, 한화 '승리'
-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맡아...실적 호조, 미래 먹거리 확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1980년대생 후계자들이 관심을 받고 있다.
1980년대생 후계자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구형모 LX MDI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 이규호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에 동행하는 등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 등은 후계자들의 능력과 성과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신유열 상무는 최근 일본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3세 경영' 후계자로서 역할을 맡게 됐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해 1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에 오른 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대표이사로서 경영까지 책임지게 된 것.
한국 롯데캐피탈 지분 51%를 보유한 일본 롯데파이낸셜의 사내 임원은 신유열 상무와 고바야시 마시모토 전 대표이사 2명이었다.
신유열 상무가 롯데 계열사 대표직을 맡은 건 이번이 2번째다. 그는 지난해 8월 롯데파이낸셜의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된 바 있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 18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그룹 회장 주재로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다. VCM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등 경영진 80여 명이 참석했다.
롯데그룹 VCM은 1월과 7월,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경영 상황을 전망하고 위기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회의다. 신유열 상무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올해 1월 VCM에 처음 현장 배석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신유열 상무는 올해 초부터 롯데그룹 화학군·유통군 주요 사업장을 차례로 점검하는 등 오너 일가의 일원으로서 현장 경영 행보도 확대하고 있다.
신유열 상무의 '3세 경영' 승계 작업에 가속도가 붙자 1980년대생 후계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신유열 상무는 1986년생으로 현재 나이는 37세이다.
1980년대생 경영 후계자군에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83년생), 정기선 HD현대(옛 현대중공업) 사장(82년생),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1981년생), 구형모 LX MDI 부사장(1987년생),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84년생),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1982년생), 허태홍 GS퓨처스 대표(1985년생), 홍정국 BGF 대표(1981년생),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1985년생), 조현민 한진 사장(1983년생) 등이 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은 절친 관계이지만 사업적으로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ROTC(학생군사교육단) 장교로 군복무를 했으며 각 집안 장손(장남)이자 그룹 3세라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HD현대 대주주)의 인연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관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으로, 한화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그린에너지와 우주항공사업, 방산(방위산업) 사업을 모두 맡아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85년생), 3남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 전무(89년생) 등 3형제가 경영 승계를 위한 사업재편 나섰다. 이들 3형제는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기존 제조업 이미지 벗고 첨단 기술 기업으로의 기업 정체성 혁신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 선박의 퍼스트 무버' 도약을 목표로 HD현대 그룹의 친환경·스마트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정기선 사장은 지난 1월초 세계최대 IT전시회 'CES 2023'에 참석해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을 전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에서 맞붙은 '라이벌'...해군 함정 우선협상대상자 한화오션 선정, 김동관이 먼저 웃었다
'조선'에서 맞붙은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사장의 대결에선 김동관 부회장이 먼저 웃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14일 울산급 배치3 사업의 5·6번함 호위함을 건조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오션을 선정했다. 한화오션이 해군 '울산급 배치3(Batch-3)' 사업의 마지막 물량인 5·6번 호위함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을 제친 것.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발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함정 수주전의 승리인 셈이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은 SK그룹 3세 중 가장 빠르게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지난해 연말 2023년도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해외 AI(인공지능), 의료, 블록체인 등 미래기술 기업과 펀드 투자로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는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경영 4세이다. 코오롱모빌리티 그룹은 코오롱글로벌이 올해 초 건설과 자동차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이규호 부사장이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를 맡은 것.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134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39.3% 증가하는 등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이규호 대표가 성과로서 입증하면서 미래성장동력에도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관계자는 "비우호적인 대외환경 속에서도 상반기 고부가가치 차량 위주의 판매 확대와 사업구조의 효율화로 두 자릿수의 성장을 이뤄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매출 체력을 키우고 고객에게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사할 수 있도록 신규 브랜드·네트워크를 선보여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기존 BMW·미니, 롤스로이스, 아우디, 볼보, 지프에 더해 올 상반기 친환경 전기 바이크 케이크와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지난 21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BMW본부를 분사하기로 결의했으며, 신설법인(코오롱모터스)은 오는 9월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구형모 LX MDI 부사장은 구본준 LX홀딩스 장남으로, 지난해 연말 실시된 2023년도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LX MDI 각자 대표에 선임됐다. LX그룹 사업 운영 전반에서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은 물론 리스크도 예방·관리한다. 구형모 부사장은 LG전자에서 해외 업무 등을 맡은 바 있다.
구동휘 LS일렉트릭 부사장은 구자열 전 LS그룹 회장의 외동아들로, LS그룹의 미래 친환경 먹거리인 수소사업 육성에 나선다. LS그룹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허태홍 GS퓨처스 대표는 '2023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로 승진했다. 허태홍 상무는 허태수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이다. 2020년 GS퓨처스 대표로 발탁된 후 북미 지역 신기술 스타트업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내 대표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그룹은 1980년대생 홍정국, 홍정혁 형제가 기존 사업(편의점)과 신사업(소재사업) 분야에서 각각 대표를 맡아 2세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홍정국 BGF 대표는 편의점 사업 부문을 챙기고 있다. 반면 홍정혁 대표(1983년생)는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를 맡아 신소재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는 각각 CJ ENM과 CJ제일제당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 1월 이경후·이선호 경영리더는 지주회사인 CJ의 지분을 늘려 ‘남매경영’을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밖에도 1980년대생 경영 후계자는 증가 추세다. 하지만 이들 후계자는 경영 능력 시험대를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과거처럼 무조건 세습방식은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경영 후계자는 이제 경영능력 검증 통과가 중요한 승계 절차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한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1980년대생 등 경영 3~4세는 유연한 수평적 사고는 물론 해외유학 등 준비된 글로벌 인재가 많다"며 "충분히 실무적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갖춘 만큼 선대 스탭들과의 조화, 성장동력 확보 등 경영능력 검증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