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동사의 주요 수출 국가 아니므로 영향 미비
최근의 엔화 약세가 석유화학(석화) 산업에 대해선 그 영향이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석화 빅 3도 나신평과 맥을 같이 하는 입장을 밝혔다.
4일 <녹색경제신문>이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를 통해 지난해 기준 한국과 일본의 석화제품 총 수출금액을 확인한 결과 한국은 243억불, 일본은 171억불로 일본의 총 수출금액은 한국의 약 40%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신평 관계자는 "원재료 및 최종제품 결제가 모두 달러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가격경쟁력 제고 폭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최근 수년간 한국 석유화학 회사들의 기술적 차별화 및 시장 지배력 수준이 과거 대비 높아졌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엔화 약세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 국의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원재료인 원유 및 납사 국제가격에 연동하는 특징을 보이며, 회사별로 자율적인 가격 조정폭이 매우 제한적이다"며 "한국과 일본 석유화학 산업의 가격 차별화 요인은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신평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
LG화학 관계자는 "각각의 석유화학 제품들은 국제 가격이 이미 정해진 상황이라 엔저가 동사에 미칠 영향은 미비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금호석화는 지속적으로 일본의 석화 산업구조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진행 중에 있으며, 동사의 주요 수출 국가가 일본이 아니므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효성화학 관계자도 기자와의 취재에서 "당사가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일본 업체보단 중국, 미국, 유럽의 기업들과의 경쟁이 다수이므로 엔저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타 석화업체들의 의견도 위 두 석화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즉 일본에게 우리는 기술력을 이미 다 배웠고 그 기술력 위에 앞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엔저의 부정적 영향력은 적을 것이란 의견이다.
또 2차전지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국내 석화업체들은 새로운 먹거리인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경쟁력은 오히려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석화 산업은 일관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석화 산업의 특성 상 상부와 하부 제품의 원재료로 자체 소비되는 에틸렌 등 범용 제품들이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또 범용 제품의 경우 생산 기술이 보편화돼 있어 시장 내 경쟁 강도가 매우 높고, 양국의 석화 수출 상위 10개국 중 5개국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양국의 수출 경쟁 강도는 다소 높을 것으로 신용평가 업계는 보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경우 제품 및 원재료 대금 결제가 달러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원가율의 환율 연동 정도가 타 산업 대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엔화 약세가 석화 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
엔화 약세가 국내 석화 산업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요인들은 크게 기술적 차별화 수준, 시장 지배력, 가격 차별화 요인 등 총 3가지다.
기술적 차별화 수준은 대체 가능성과 산업재산권의 질적, 양적 소유권에 따른 배타적 경쟁력에 초점을 둔다.
정밀화학의 경우 일본의 석화 업체들이 특허를 선(先) 취득해 점용권을 확대했기 때문에 기술적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최근 2차전지 소재 등을 중심으로 한국 석화 업체들이 신(新) 사업 영향력을 넓힘에 따라 상대적 차별화 수준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과 일본 석화 산업의 기술적 차별화 수준에 대해서는 보통 수준인 것으로 판단했다.
다음으로 시장 지배력이다. 나신평이 밝힌 2020년 기준 세계 석유화학 시장점유율은 일본 4.8%(4위), 한국 3.6%(5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석화 업체들은 생산능력을 확충하며 시장 경쟁지위가 상승한 반면 동 기간 중 일본 석화 업체들은 범용 제품을 위주로 설비 효율화에 나서며 시장점유율이 다소 하락했다.
다만, 전체 출하액 기준으로 여전히 일본이 한국 대비 우위에 있는 모습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석유화학 산업 내 시장 지배력은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가격 차별화 요인을 살펴보면 한·일 양국의 경우 석화 회사들의 원재료 도입처 및 생산방식(NCC)에 차이점이 없어, 동일한 원가 결정구조를
따르므로 큰 격차는 없다.
나신평 관계자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본격적인 엔저 시대를 맞이한 한국 제조업은 이제 단기적으로 변화하는 엔화 약세 수준에 대한 표면적인 대응을 넘어, 향후 가속화될 전망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일본 제조업의 본격적인 부활 가능성에 대비해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