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위코노미(WEKONOMY)] 메이드 인 이태리, 메이드 바이 차이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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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의 위코노미(WEKONOMY)] 메이드 인 이태리, 메이드 바이 차이니즈
  • 김의철
  • 승인 2017.07.0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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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함께 살아가기, 살아남기

지난 주에 이탈리아 피렌체(FIRENZE)에서 섬유관련 전시회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이탈리아는 섬유강국이고 패션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한 나라이다. 이탈리아도 다른 나라들처럼 중국의 유커를 향한 구애의 몸짓이 공항부터 뜨겁다.

2018 pitti filati,Firenze

전시회에 참가한 업체들중 상당수는 중부 토스카나(TOSCANA)지방의 프라토(PRATO)에 위치하고 있다.연례적으로 열리는 전시회지만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그들이 한결같이 쏟아내는 어려움은 프라토에 뿌리내리고 있는 중국인들과 관련한 것들이었다.요약하자면 일부 중국인들이 프라토에 자리를 잡으면서 그들의 가족들과 친지들을 불러들여  공장을 차리고 회사를 만들게 되었는데 이들은 "made in Italy"제품을 만들지만 제품의 가격은 "made by Chinese"라는 것이다.이들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지만 인근의 다른 이탈리아 업체들은 경쟁을 하기 어려워 폐업하게 된다. 폐업한 공장이나 회사는 중국인들이 사들이고 또 다른 중국인들로 채워진다. 프라토지역 전체가 커다란 차이나타운이 되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드러내놓고 반감을 표현하기도 어렵다. 중국인들은 이미 이탈리아 제품의 가장 큰 손님이기 때문이다. 구찌 콜렉션이나 샤넬의 신제품들은 누가 보더라도 중국시장을 지향하고 있다.

이탈리아 지방정부나 토스카나 지역 상공회의소를 통해서 이런저런 대책을 검토하고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객관적으로 볼 때 이탈리아인들의 불평을 텃세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수많은 노고를 통해 쌓아 온 신뢰와 명성을 도둑질당하는 기분도 이해가 간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프라토지역에 자기들이 새로운 경쟁력을 불어넣는다고 주장할 수 있다. 프라토지역이 가지고 있는 명성과 노하우를 중국인들의 저렴한 인건비와 접목해서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전세계적인 화상(華商)네트워크(NETWORK)를 통해 영업망도 확대할 수 있다. 프라토 지역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다른 이탈리아나 유럽지역에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은 많다.중국인들이 자리를 잡게될 다른 지역과 프라토가 경쟁하는 것은 더 어렵다. 결국 프라토는 중국인들을 포용할 수 밖에 없다.

이탈리아 업체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이 전시회에 반영되어 '볼만한 전시회'가 될 수 있었다.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또 다른 경쟁력의 동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를 논하기는 이르고 지금까지의 성과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이전에 없던  신제품들과 확연히 달라진 영업태도는 분명 '새로운 시작'이다.

역시 법과 제도 혹은 정치적인 해법보다는 생존을 위한 각자의 노력이 참된 해법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변하고 있다. 세계의 (하청)공장에서 거대한 시장으로 변했고 이제는 전세계를 그들의 생산기지로 만드는 'made by Chinese'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도 곧 중국이 만든 전기차를 타야할지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중국과 함께 살아가기를 배워야 한다.

중국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의존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노력과 지혜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의존하면 이용당하게 되고 함께 살아가기 어렵게 된다. 그들을 무시하면 그들로 인한 유익을 취할 수 없고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낙후될 수 있다.

중국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업체들이 보여주듯이 우리끼리 먼저 소통하고 화합하며 우리의 강점을 상품화해야 한다. 그러면 더 거대해질 중국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각자도생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생태계나 경제대순환을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만 현실과의 괴리가 아직은 너무 크다. 수직적인 갑을 구조를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고 상당수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일부 대기업들도 정부나 공공의 수혈에 의존해서 버티는 좀비기업들이 적지 않다. 경제논리보다 우선하는 정치논리들과 포퓰리즘으로 인해 생태계가 병들고 있다. 그러면 우리끼리 소통하고 화합하기 힘들어진다. 더 나아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협력하는데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긴다. 정부주도의 경제발전이 긴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본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업들 스스로의 경쟁과 협력을 통한 경쟁력의 확보가 관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방향은 다른 곳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생각이 출장기간 내내 들었다.

 

 

김의철(50) 더필주식회사 대표는 스웨터 짜는 실을 파는 사업가다. 그가 지난 4월 「우리가 경제다」라는 책을 냈다. 스스로를 위코노미스트로 소개한다. 저서에서 국민연금을 재원의 근간으로 해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in 경제동향ㆍ이론분야 파워 지식인이기도 하다.  지금도 국민이 주체가 되는 국민주권 경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의철  dosin47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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