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심 및 주택가 난방 및 전력 공급에 유용한 신재생에너지원 가능성
[녹색경제신문 =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 2008년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처음 슬로건으로 채택된 이래 최근인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연설에서 재(再) 선언한 구호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주축으로 한 화석연료 에너지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연료를 채취하기 위해 땅 밑 지하 심층을 뚫는 시추공사가 선행돼야 하는 에너지 산업은 석유 및 천연가스 만이 아니다.
지열 에너지((thermal energy)가 바로 그것. 그리고 현재 지열 에너지 생산의 세계 리더는 미국이다.
지열 에너지는 지리적으로는 환태평양조산대 주위 지진과 화산 활동처럼 지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조건을 갖춰야 하고 석유나 천연가스 채굴처럼 땅속 지하 암석층을 드릴로 뚫어 시추공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설비 투자와 채취 공정 가격이 비싸다.
태양, 풍력, 수소 에너지원과 함께 저탄소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원(源)으로 각광받고 있는 지열 에너지를 마당과 뒤뜰 등 도심 주거지 인근에서 발굴해낼 수 있는 ‚지렁이’ 로봇 드릴이 스위스의 로보틱스 스타트업인 보로보틱스(Borobotics) 사에서 개발돼 화재다.

보로보틱스 측에 따르면, ‚그라보브스키(Grabowski)‘로 이름 된 이 지열 발굴용 드릴은 세계 최초의 100% 완전 자율 지열에너지 드릴용 로봇이다.
보로보틱의 지렁이 로봇은 주거지 근처에서 지열이 탐지해 감지된 지열의 발원지를 향해 스스로 땅속 지하에 구멍을 뚫는(drill) 작업을 자율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그라보브스키 지열 탐지 및 드릴 로봇은 현재 EU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히트 펌프 난방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반면, 지열에너지는 열역학적 평형 상태의 내부 열에너지를 연료로 전환하는 공정이 까다롭고 에너지 효율성이 낮다는 점 때문에 지극히 고가의 희귀 에너지로 여겨져왔다.
이번 보로보틱스 사가 개발한 지렁이 로봇은 우선 길이 약 2.5m, 지금 13.5cm로 장비의 부피가 현저하게 작고 무게 150km으로 가벼워졌다는 점에서 높이 6m에 무게 10톤이 넘는 기성 지열발전용 드릴에 비하며 현저하게 콤팩트해졌다.
현저하게 작아진 장비 크기와 가벼워진 무게 덕분에 주택가의 정원, 지하 주자창, 지하실 등에 손쉽게 이동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작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문제를 대폭 개선해 대폭 조용해졌다.

보로보틱스 사는 이 지렁이 로봇을 ‚세계에서 제일 힘 센 두더지’라는 별명으로 부른다. 성근 모래에서 매우 단단한 화강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반 토양을 뚫을 수 있으며, 인간의 조정 없이도 마치 지렁이가 토양을 헤집고 다니듯 100% 완전 자율로 지열 발원지를 찾아 지반 드릴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현재 보로보틱스 사와 산학 협동 연구를 하고 있는 취리히 응용과학대학(Zürcher Hochschule für Angewandte Wissenschaften, 줄여서 ZHAW) 측은 연구 지원금 130만 스위스 프랑(우리 돈 약 20억 원)을 확보하고, 지하 깊이 250m까지 파서 지열 발원지에 최대 접근 가능한 보다 기능 강화된 파생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ZHAW의 성명문에 따르면, 언더그라운드 벤처(Underground Ventures, UGV), 스위스 킥펀드(Swiss Kickfund), 네틀리파이(Netlify) 창업자 겸 실리콘밸리 엔젤 투자가인 크리스티안 바흐, 스위스 드링 장비 기업 한스 바르메틀러(Hans Barmettler & Co AG), 드릴 송곳 제조업체 보스피(Bospi AG), 취리히 본사 부동산 개발업체 WSG AG가 보로보틱스와 ZHAW 산학협력 브라보브스키 지렁이 로봇의 개선 모델 생산에 투자하고 있다.
이 기술은 추후 가정용 히트 펌프 난방기용 지열을 제공 용도로 도입될 경우 소비자 에너지 공급 효율화와 각 가정의 겨울철 난방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업체는 주장한다.

실제로, 지역 난방과 전력 에너지원으로서 지열에너지 시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부 국가들은 이미 지열을 지역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오스트리아에서는 지열에너지로 가동되는 히트 펌프 10만 대가 가정과 사무 공간에 설치돼 사용 중이라고 한다.
지열에너지를 이용한 히트 펌프 시스템의 보다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 여부는 채취된 잉여 지열을 보관하는 지하 대수층 저장 기술 개발에 달렸다.
효율적인 대수층 지열 에너지 저장 기술이 확보되기만 한다면 에너지 전환기를 거치는 인류는 지구 깊은 암반을 거대한 건전지 삼아 계절과 온도에 상관없이 1년 내내 지열을 안정적으로 보관・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 한편으로 극도로 비싼 초기 개발 투자 비용과 환경법 관련 규제 불확실성이 지열에너지가 당면한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지적된다.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