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의 장시간 집중노동 관행인 '크런치모드'가 넷마블네오 직원의 돌연사 원인으로 인정됐다. 게임 개발 및 업데이트 등 기간에 관행적으로 진행된 초장시간 근무가 결국 근로자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특히 넷마블은 오랫동안 '구로의 등대'라고 불리며 게임업계 야근과 초과근무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3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넷마블네오에서 일하다 사망한 A씨의 유족이 낸 유족급여 청구를 지난 6월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로 받아들여 승인한 사실을 공개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회(이하 질판위)의 자료에 따르면 넷마블네오에서 게임개발 업무(클라이언트 프로그래밍)를 담당한 고인은 지난해 11월 심장동맥경화(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며, “연령, 업무내용, 작업환경, 근무관련자료, 재해조사서등 관련자료 일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다고 결론냈다.
업무상질병판정서는 "발병전 12주동안 불규칙한 야간근무 및 초과근무가 지속됐으며, 특히 발병 4주전 1주간의 근무시간은 78시간, 발병 7주전 1주간의 근무시간은 89시간의 근무시간이 확인되고 있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건강검진내역상 특별한 기저질환도 확인할 수 없는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때 고인의 업무와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적시했다.
살인적인 근무 시간을 기록한 작년 9월과 10월은 빌드주간이었다. 빌드주간은 게임개발의 중간점검을 하는 기간으로 소위 '크런치 모드'가 발동된다.
해당 기간에 고인은 10월 첫주에 95시간55분, 넷째 주에 83시간 4분 일했고, 일요일이었던 사망 당일에도 가족에게 출근을 한다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 근무시간 96시간은 하루 19시간 이상씩 5일, 16시간씩 6일을 꼬박 일해야 하는 시간이다.
게임 업계의 업무강도는 높기로 유명하다. 회사에서 먹고 자며 출근은 일주일에 2~3번만 하는 것은 '크런치모드' 기간에 흔히 있는 일로 알려졌다.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망인은 2013년부터 넷마블에서 일하면서 사망 직전 3개월과 유사한 형태의 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며 "현재 넷마블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뿐 아니라, 그 사이 넷마블에서 근무하다 이직했거나 퇴직한 노동자들도 건강 문제를 경험했거나, 현재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명의 사망, 한 명의 산재 승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결국 업계의 잘못된 노동관행인 '크런치모드'가 사람을 잡았다"며 "그동안 사망과 업무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해 온 넷마블 측은 유족과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