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고화질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유저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15일 출시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는 보름가량 지난 29일 현재 PC방 점유율 4%대로, 예상 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리마스터 버전 첫 발표 직후 언론들은 '아재들 다시 게임방으로!', '다시 스타의 시대 오나', '블리자드 전성기 맞이할까?' 등 20년 만에 귀환하는 스타크래프트의 리마스터 버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고,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선수였던 임요한까지 인터뷰에 가세하며 블리자드의 신작 '스타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정식 출시 이후 PC방 메인 연령대인 10대와 20대의 반응은 시근퉁하다. 이들에게는 '오버워치'와 '롤'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판의 부진 소식과 관련 한 이용자는 "롤이랑 오버워치를 두고 고인 물 꼰대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 "틀딱(틀니를 딱딱 거린다'는 뜻의 노인층 비하 발언)들의 놀이는 관심 없다"며 스타크래프트를 '꼰대 게임', '틀딱 게임'으로 치부했다. 다른 유저 역시 "추억 팔이도 옛말이지, 그래픽만 바뀐 게임을 누가 사냐", "이런 구닥다리 게임을 누가하나. 죽은 아들 부랄 만지기"라며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옛날 게임'이라는 인상과 함께 '심심치 않은 오류'와 불편한 게임 환경도 부진 이유로 거론됐다. 한 유저는 "굉장히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가진데다 인공지능까지 버벅이는 게임"이라고 했고, 다른 유저는 "스타2하다가 스타1하면 암 걸릴 정도"라며 맞장구쳤다. 또 "렉이 너무 많더라. 옛날 게임인데 무거워진 느낌, '캔낫 같은 버그도 그대로고, 발키리 버그도 그대로다", "한국 서버 렉이 너무 심하고 반응이 느리다. 단축키 빠르게 누르면 잘 안 먹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저들이 바라보는 스타크래프트의 또 다른 부진 이유는 '30~40대들의 몰락'이다. 당시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던 10~20대가 먹고 살기 바쁜 30-40대가 되어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는 것. 유저들은 "겜방 죽돌이 할 나이가 지나서 그런 것", "아재들이 돈 버느라 바빠서...핸드폰으로 어찌 안 될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9일 발표한 '2017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의 39%, 20대의 36%, 30대의 30%, 40대의 28%, 50대의 13%가 PC방을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와 관련 "향후 20년간에도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PC방 협회인 인문협으로부터는 '이중과금, 대형게임사의 갑질'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고, 유저들로부터는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스타크래프트의 향후 20년은 더욱 요원해 보인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