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LG가 LG상사 지분 24.7% 인수계약을 체결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하는 것이 1석 3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LG그룹 지배구조에 마지막 남은 퍼즐을 푸는 것과 동시에 구광모 상무로의 4세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LG상사의 자회사인 종합물류회사 판토스의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의혹도 털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판토스는 구 상무 등 오너일가 4세가 19.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현금배당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확보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시선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해가며 향후 판토스의 상장을 통한 시세차익을 활용한 지분확보, 혹은 분할 및 지주사와의 방법으로 지분확보와 규제회피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구 상무는 이번 지분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253억여원을 (주)LG 지분 사들이기에 활용할 수도 있다. 구 상무는 지난 10년간 꾸준히(2.85%->6.24%) (주)LG의 지분을 늘려왔다.
LG가 LG상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지난 2003년부터 진행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에 마침표를 찍는다. 지주회사 구조 밖에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유일한 업체를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하며, LG는 문재인 정부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재벌 지배구조 개선에 선제적이자 모범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그룹의 관계자는 "지난 2003년 지주사 전환 당시 LG상사는 LG패션(현재 LF)와의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되지 못한 것"이라며 "(LF의 계열분리가 이뤄졌고) 차제에 확실하게 지분을 정리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완료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지속적인 구광모 상무로의 승계작업 추진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면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동원돼 왔다는 비난을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국내 재벌 기업 중 비교적 단순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구 상무가 (주)LG의 지분만 확보하면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구 상무가 지분을 사들이거나,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그대로 상속받고 상속세를 납부하면 승계 과정이 마무리 된다. 다만 구 상무가 그만한 자금을 동원할 여력이 있느냐에 문제다.
문제 해결의 방안으로 꾸준히 지목된 회사가 종합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판토스)다. 비상장 회사인 판토스는 LG상사의 자회사로 지난 2015년 5월 편입됐다. 판토스는 LG상사가 지분의 51%를 보유한 것과 별도로 구광모 상무가 7.5%, 구본무 회장의 두 딸인 구연경, 구연수 씨가 각각 4.00%, 3.50% 등 오너일가 4세가 지분의 19.90%를 보유한 승계작업에서의 핵심회사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판토스의 상장을 통한 차익 실현으로 구 상무가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 혹은 판토스의 투자회사-사업회사 분할 후 (주)LG와 투자회사의 합병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리는 방안 등을 예상해 왔다. 특히 의결권 없는 자사주가 부활하는 '자사주의 마법'을 활용한 인적분할 후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은 그간 SK그룹 등 대기업들이 승계를 위해 주로 사용했던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회사의 덩치를 불려야 한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회사의 규모를 키우는 방법을 활용한다. 판토스도 오랫동안 이런 전례를 잘 따라왔던 회사다.
1977년 설립된 판토스는 언뜻보면 2015년 LG상사가 사들인 회사로 보이지만, LG그룹의 방계 회사다. LG그룹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 구정회 씨 일가가 설립한 회사로, 창업 당시 자본금은 7억원에 불과했다.
판토스는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성장하는데 2000년 850억원이었던 매출이 인수 직전 해인 2014년 1조2448억원까지 성장했다. 이 시기 판토스가 LG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얻은 매출이 적게는 50%, 많게는 80%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직접적인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로 볼 수는 없지만 방계회사로의 사실상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LG그룹에 편입된 후에도 내부거래는 계속됐고,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71%에 이른다.
그럼에도 판토스가 내부거래 규제를 받지 않아온 것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9.9%로 맞춰져서다.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되상이 되려면 동일인 및 특수관계인(오너가)의 지분율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 회사의 경우 20% 이상에 전체매출의 12% 또는 200억원 이상이 돼야한다. 판토스는 오너일가 지분율 19.9%로 해당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되더라도 판토스는 내부거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다만,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상장사, 비상장사 구분 없이 총수일가 지분 10% 이상이면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중이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만약 해당 법안이 시행된다 해도, 판토스가 (주)LG와 합병하는 경우엔 세법을 한 번 더 피해 갈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간의 거래는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구 상무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2010년대 이후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구 상무는 2006년 (주)LG의 지분이 2.85% 였으나 이후 꾸준히 지분을 사들여 현재 6.24%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구몬부 회장 11.28%, 구본준 부회장 7.72%에 이은 3대 주주나 다름없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이번 LG상사 지분을 매각하며 마련된 자금도 (주)LG 지분 매입에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나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구상무가 이번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약 253억6400만원 가량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