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net neutrality)' 폐기를 결정하며 전세계 ICT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재 정액제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에서 사용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는 '인터넷 종량제' 논쟁이 재점화 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확립된 망 중립성 원칙은 인터넷망 사업자(ISP)가 망 이용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 망 서비스를 일종의 공공재로 간주하는 원칙이다.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통신사업자는 데이터의 접속량이나 내용 등에 따른 속도차별, 우선권 부여, 접근 금지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이를 바탕으로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급성장을 거듭해 왔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카카오 등 포탈들의 성장에 망 중립성 원칙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FCC는 사실상 ICT 글로벌 표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원칙의 폐기는 전세계 인터넷 업계의 지형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연방정부가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관리를 중지해야 한다"며 폐지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인 폐기 방안은 22일 공개될 예정이다. FCC는 12월 14일 전체회의에 망 중립성 원칙 폐기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FCC 위원 5명 중 공화당이 3명을 차지해 통과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망 중립성 원칙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이 원칙이 혁신과 투자 생태계 조성에 기여했으며, 폐지될 경우 통신사업자가 온라인 서비스 업체를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반대 진영에서는 '트랙픽 폭증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모든 네트워크가 마비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11년 '망 중립성 지침'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2013년에는 통신망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기준을 만들었다. 올해 7월부터는 망 중립성 고시 제정안도 시행중이다.
하지만 이번 FCC의 결정에 따라 인터넷 정액제를 시행중인 국내 인터넷 정책도 일정부분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2004년 KT가 인터넷 종량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적 있으나, 인터넷 보급 대중화 명분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가 종량제 시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반대여론에 막혀 없던 일이 됐다.
이후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지속적으로 종량제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최근에는 4K UHD 동영상 등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 감당 문제, 5G 네트워크, IoT(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필요성 등을 들어 망 중립성 원칙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