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 드럭스토어인 부츠(Boots)가 포스코대우와 거래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포스코대우는 지난 2016년 12월 국산 화장품을 영국 내 부츠 매장과 부츠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계약을 체결한뒤 불과 1년만에 거래가 중단된 셈이다.
이번 발표는 환경운동연합과 국제 환경단체 마이티어스(Mighty Earth)가 부츠의 모기업인 월그린 부츠얼라이언스(Walgreens Boots Alliance)에 포스코대우의 인도네시아 열대림 파괴 실태를 알리고, 이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뒤 이루어졌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10월에 공개한 위성영상에 따르면 포스코대우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있는 자사의 팜유 농장(PT BIA)에서 27,239 ha(약 8,200만 평)에 달하는 광대한 면적의 열대림을 파괴했다.
부츠의 관계자는 환경운동연합과 마이티어스에 이메일을 보내 “2016년 포스코대우가 공급한 두 개의 브랜드가 180개의 부츠 영국 매장에 시험기간(trial period) 동안 입점해있었다. 이후 우리는 자사의 산림파괴 금지 정책에 따라 해당 제품을 부츠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철수시키고 포스코대우와의 거래 관계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부츠가 회원사로 가입해있는 국제소비재포럼(Consumer Goods Forum)은 열대림을 파괴하며 생산한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정책(Zero Net Deforestation)을 채택하고 있고 부츠는 이를 준수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대우는 한시적으로 신규 부지 개발 중단(모라토리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이 최근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포스코대우의 대변인은 “환경 관리 분야의 전문 컨설팅 회사에 해당 지역에 대한 자문을 받기 전까지는 일체의 벌목 행위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티어스의 데보라 래피더스(Deborah Lapidus) 국장은 “포스코대우는 지난 몇년 간 우리가 목격한 그 어느 기업보다도 아주 빠른 속도로 천연 열대림을 파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포스코대우는 언론을 통해 신규 벌목행위를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없다. 우리는 포스코대우가 신규 부지 개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실제로 벌목을 멈췄다는 확실한 증거를 제공할 때 까지는 그들의 주장에 대해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 대우는 시장과 투자자, 그들의 협력사들로부터 산림파괴를 중단하라는 대대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마이티어스는 지난 2016 년부터 위성 영상을 이용한 지도 제작, 현장 인터뷰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 파푸아에 있는 포스코 대우의 팜유 농장을 모니터링 해왔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열대림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원주민 공동체와 함께 나무 캥거루, 극락조 등 수많은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다.
포스코대우는 2017년 봄에 첫 팜 착유공장(CPO Mill)을 완공해 세계 시장에 팜유 판매를 개시했다. 이에 마이티어스는 주요 팜유 구매업체들에 포스코대우의 산림파괴 실태를 알렸고 이 중 50여 개가 넘는 회사로부터 포스코대우가 산림파괴 금지 정책을 채택하고 준수할 때까지 공급처나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는 답신을 받았다.
2015 년 8월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연기금은 포스코대우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노르웨이연기금은 독자적인 조사를 수행해 “대우는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지니고 있으며, 모기업인 포스코 또한 인도네시아 열대림을 팜유 플랜테이션으로 전환하며 일으킨 심각한 환경파괴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포스코대우는 부츠와 계약 체결 당시 국내 화장품 업체의 유럽 진출을 이끌어냈다며 여러 언론에서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2년도 되지 않아 열대림 파괴 문제로 세계 시장에서 타격을 입고 협력업체들과의 사업에서도 피해를 보았다. 부츠가 이번 사례를 통해 직접 보여주었듯이 책임 있는 기업들은 산림파괴 기업을 지원해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익재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