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와 김상조 공정위원장 출범 후 꾸준히 강조해 온 재벌 그룹의 자발적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과 구조개편 사례를 분석·발표했다. 5대 그룹 중 삼성그룹을 제외한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 4개 집단이, 6대 이하 그룹에선 현대중공업, CJ, LS, 대림, 효성, 태광 등 6개 재벌그룹이 구조개편안을 발표 및 추진중이다.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큰 발표가 없는 삼성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그룹 전체를 아우를 결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집단들의 소유지배구조 개선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공정위는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최근 기업측이 공개한 구조개편 사례를 분석·발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57개 가운데 작년 4대 그룹 정책간담회 이후 현재까지 소유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거나 추진한 곳은 10개 집단이다.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 등 3개 기업이 순환출자 해소를, 롯데, 효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LG, SK, CJ, LS가 지주회사 구조개선을 추진중이다. 대림과 태광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 총수일가 지분 해소에 나섰고, 대림의 경우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 내부거래 중단을 노력중이다. SK와 현대차는 각각 전자투표제 도입과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도입했다.
소유구조 개선과 관련해서 롯데, 현대중공업, 대림은 금년 중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롯데 67개, 현대중공업 2개, 대림 1개다.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나선다.
롯데와 효성은 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는 현재 이를 진행중이고, 효성 역시 전환안이 발표된 상태다.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중인 그룹도 이를 개선했거나 개선할 계획임을 밝혔다.
LG그룹은 체제 밖 계열사였던 LG상사를 지주회사 내로 편입했고, SK는 SK케미칼을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LS도 가온전선을 지주회사 체제로 편입했고, 예스코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CJ는 지주회사 산하 두 개 자회사가 공동출자한 손자회사인 대한통운을 단독 손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대한 감독이 엄격해지며 내부거래 개선에 나선 그룹들도 있다.
대림과 태광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했거나 처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대림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 100%인 에이플러스디를, 태광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67.8%~100%인 세광패션, 메르뱅, 에스티임, 서한물산, 티시스 등이 대상이다.
특히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켐텍 등의 회사에 대해 올해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하고 기존 거래를 정리할 계획을 밝혔다.
재계 2위와 3~4위를 다투는 현대차와 SK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다.
SK는 그룹의 핵심인 SK이노베이션과 (주)SK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 활성화에 나섰다. 또 SK그룹은 '슈퍼 주총 데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의 주주총회 일정을 달리 잡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현대글로비스에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 후보를 국내외 일반주주들로부터 공모해 선임하는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도'를 도입하고, 순차적으로 기아차('19년)와 모비스('20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미 발표된 구조개편 방안들이 본래의 취지에 부합되게 차질없이 실행되기를 기대한다"며 "이러한 노력이 앞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고 다른 대기업집단으로도 적극 확산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집단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반기별로 분석 및 평가해 이번처럼 공개할 예정"이라며 "일감몰아주기 조사 등 공정거래법의 엄정한 집행과 함께 총수일가의전횡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