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지난해부터 불거진 채용비리와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올해 신규채용계획에 가닥조차 못 잡는 사이 가상화폐(암호화폐)거래소는 급속한 성장과 함께 대규모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올 초 빗썸, 업비트 등 메이저 가상화폐거래소가 '거래 실명제'등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전 부문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자 단기간 존속하고 실속 없는 소위 ‘깡통일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등으로 이러한 인식이 불식되면서 가상화폐거래소와 관련분야의 채용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블록체인업계 전문가는 “가상화폐거래소를 넘어서 블록체인산업 전반에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분야의 일자리 창출이 확대 될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화두 중 하나가 ‘일자리창출’이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하더라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산업은 전 세계적인 추세기 때문에 인력 수요가 계속해서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미국 같은 경우는 이미 가상화폐가 전문분야로 인정받으며 코인애널리스트, 코인자산운용가 등 관련 전문직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 최흥식 금감원장은 KB국민, KEB하나은행 등 실명 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하지 않는 은행들에 대해 “당국 눈치를 보지 말고 자율적으로 거래해야 한다”며 “거래를 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가상화폐의 정상적인 거래를 지원하겠다는 긍정적 의견으로 해석되면서 가상화폐 업계가 생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신규거래소가 속속 오픈하면서 신규 채용도 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본사 직원만 100여명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모든 분야에 전반적으로 필요한 인원을 골고루 상시채용하고 있다”며 “특히, 보안·개발·운영과 관련된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빗썸은 올해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 최대 4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본사 부서 100명과 콜센터 직원 300명으로 모두 정규직이다. 현재 빗썸에는 본사 220명, 콜센터 230명 등 450명이 근무하고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백서를 완벽히 이해하는 코인 개발자나 보안기술자가 적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돈을 주고도 못 데려오는 실정”이라며 “신기술을 습득하는 속도가 빠른 젊은 층이 아무래도 가상화폐 산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나 금융권을 준비하던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가상화폐 관련 채용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은 공통적으로 합리성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인력구조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비대면거래가 늘면서 지점이 통·폐합되는 등 필요 인력이 점점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증권사들은 신규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있다. 온라인 거래가 늘며 비용 절감을 위해 지점을 줄이고 있는 과정이고, 신규 인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메이저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에도 과거처럼 수백명 단위의 채용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권업계 임직원 숫자 자체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업계 전문가는 “금융권 같은 경우 지점 통·폐합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가상화폐거래소는 현재 모든 분야에서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라며 “관련업계 인력이 가상화폐거래소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업계의 채용이 증가하면서 관련 분야로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는 A씨는 “가상화폐거래소가 아직은 직장으로서 안정성이 담보돼있지 않기 때문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래 전망이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좋은 조건으로 제안이 들어온다면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IT개발자 B씨는 “가상화폐업계에서 개발 분야에 채용이 많기 때문에 규모와 자본력이 어느 정도 있는 가상화폐거래소라면 이직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정책에 따라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가상화폐거래소로 이직하는 것은 ‘도박’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영주 오름교육연구소 취업 컨설턴트는 “지금 당장 취업준비생들이 ‘가상화폐거래소’를 목표로 구직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국 4차산업혁명 등 미래 산업이 추구하는 방향이 가상화폐 거래소와 맞물려있기 때문에 멀리 봤을 때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