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기준표 개정 촉구하는 국민청원 '봇물'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차량사고시 “100대0의 과실은 없다”는 것이 일반화 돼있다. 정상적 주행 중에 피할 수 없는 사고를 당해도 최소 10%나 20%는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주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이 꼽히면서 보험사들의 일방적인 ‘과실기준’이 손해율을 낮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가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의 과실 비율을 100대0으로 설정할 경우 한 차량에게만 보험료 할증을 적용시킬 수 있지만, 피해차량의 과실을 10%라도 인정하게 되면 보험사가 양쪽으로 보험료를 할증할 수 있어 이득이 된다.
보험가입자들은 과거 블랙박스가 없던 시절 차량사고시 증거확보가 어려워 잘못이 없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통상 90대10, 80대20의 과실비율을 적용받았다.
문제는 블랙박스 이용이 보편화된 요즘에도 100대0의 과실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실비율에 대한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따르면 과실비율 분쟁심의건수가 2013년 2만6093건에서 2017년 6만1405건으로 지난 5년간 135%나 증가했다. 보험 가입자들이 “구시대적인 과실기준표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3일 JTBC에서 보험사들이 100대0의 과실은 없다며 보험료로 '할증 장사'를 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소비자들의 원성은 더 높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동차보험 과실비율과 할증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청원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청원자는 “피할 수도 없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해도 보험사에서는 100대0의 과실비율이 없다고 얘기한다”며 “블랙박스 없던 시절 과실기준표가 만든 것이므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누가 봐도 잘못이 없는 사고인 경우에도 쌍방 과실을 적용해 양쪽 차량에게 보험료 할증을 적용 하는 사례가 많다”며 “블랙박스 등 사고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은 시대인 만큼, 보험사의 자동차 사고 과실비율이 변화 해야 한다”고 과실기준표 개정을 요구했다.
한편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수년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에 힘입어 전체 손해보험사들이 전년보다 4088억원(11.8%) 증가한 3조878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순익은 9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가 늘었다. DB손해보험은 사상 최대 실적인 64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메리츠화재는 3846억의 순익을 달성하며 3년 연속 사상 최대순이익을 시현했다.
손해보험사들이 잇달아 최고 실적을 기록한데에는 대표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이 꼽힌다. ‘손해율’은 지극히 보험사 입장을 대변하는 용어다. 손해율이 낮아졌다는 의미는 그만큼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 비중이 적어졌다는 의미다.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험금 지급을 줄이게 된다.
보험사들이 일방적 과실기준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며 손해율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보험 소비자들을 위한 과실기준표 개정 등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