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의 ‘배당오류 사태’가 발생한지 2주가 지났다. 삼성증권은 개인투자자에게는 사고 당일 장중 최고가와의 차익을 보상해 주기로 했지만 연기금에 대해서는 “보상을 요구하면 협의하겠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손실을 입은 연기금 또한 거래 중단 외에 이의제기조차 안하고 있어 피해 복구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들은 삼성증권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아직까지 삼성증권 측에 보상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자금운용을 담당하는 자금부에서 아직 구체적인 사안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공식적으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위탁 운용사가 저점일 때 삼성증권 주식을 사서 고점일 때 매도해 오히려 소폭의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관계자는 “손실 기준을 무엇으로 정하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매매과정에서 손실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현재로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게 없어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2대 주주로 12%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일 삼성증권 사태와 관련해 “손해 발생 여부와 규모를 파악해 필요시 손해배상 소송 등의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축인 기관투자자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삼성증권 주식 230만9800주를 1주당 평균 4만1204원에 매수했다. 하지만 지난 6일 삼성증권 배당사고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매수한 전체 주식의 3분의 1(81만5000주)를 평균 3만8155원에 매도했다. 손실 규모는 2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 10일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은 삼성증권과 직접 운용과 간접(위탁) 운용 모든 부문에서 신뢰에 금이간 삼성증건과의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외에 국민연금과 같이 손실여부와 피해액 보상에 대한 적극적인 이의제기는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은 사고 이후 삼성증권과 직접 운용부문 주식거래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에, 보상안을 논의할 때 이를 협상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삼성증권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주가하락 등 피해를 입은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모임 등은 삼성증권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삼성증권의 고의 사기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주가하락으로 인해 소액주주 등의 주주 손실이 3천885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과 관계자 등 7명을 고발했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소액 주주 모임 '희망나눔주주연대'는 지난 20일과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삼성증권규탄 촛불집회를 열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해 25억여원의 실제 손실과 4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은 전 국민이 피해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삼성증권에 대해 압수수색 및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고 있는 연기금은 삼성증권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