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는 매년 희망퇴직으로 3000여명의 직원이 나가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핀테크·비대면거래 등으로 은행원들의 업무 범위가 좁아지면서 인력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은행원들은 '승진'이 아닌 '떠날 준비'를 하기 위해 학위를 취득하거나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는 등 자기개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9월까지 기존 직원들이 해오던 단순 반복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에 맡기는 자동화 시스템을 은행 업무 전반에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이 추진하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obotics Process Automation·RPA)는 은행에서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단순업무를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처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8월 도입했던 여신지원업무 외에 펀드, 외환, 퇴직연금, 파생상품 등 은행업무 전 영역으로 RPA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챗봇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은행직원들의 업무를 대신할 인공지능, 핀테크 등의 기술발전과 비대면거래 등으로 점포 통·폐합이 지속되고 은행업계 전반에 필요한 인력 또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약 2,400명의 직원이 떠났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4대 은행의 신규채용 인원은 약 1,700명 정도다.
최근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 받는다고 밝혔다. 대상은 1964년 이전 출생자 중 임금피크제 대상자로 약 600명이 해당한다. 지난해 1011명의 대규모 희망퇴직 이후 9개월 만이다. 통상 은행들이 연말에 희망퇴직을 하는 것과 달리 실시 시기가 다소 빨라진 것이다.
국내 메이저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시간이 더 지나면 은행원들의 업무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라며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현재 부동산 공부에 매진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관련 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며 "주말에는 지인들을 상대로 컨설팅 활동을 하는 등 공부와 실무를 꾸준히 하면서 전문성을 갖도록 노력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금융연구소가 내놓은 금융경제동향에 따르면 현재 종사하고 있는 은행원의 약60%는 자신이 맡은 직무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 임직원 3,769명에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신이 종사하는 직무가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23.0%가 ‘매우 그렇다’, 36.5%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다’는 13.9%, ‘매우 아니다’는 3.8%에 그쳤다.
이처럼 은행 내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금융화로 인한 고용유지와 신규채용대한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에서 텔러로 근무 중인 A씨는 최근 무역관련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A씨는 “무역자격증 취득을 새해 목표로 삼고 틈나는대로 인터넷 강의를 통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입사할 때만해도 고용 안정성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창구업무가 줄어들며 직업 전망 어둡다는 것을 현장에서 더 빠르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은행의 단순 업무는 인공지능 등으로 교체될 것임을 은행원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며 “주변 상사들도 행원들에게 ‘어떤 자격증을 준비해라‘, ‘무슨 공부를 해라‘ 등 조언을 해주곤 한다”고 덧붙였다.
이단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