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테크놀러지 = 라이프스타일
웨어러블 테크놀러지(Wearable Technology)란 옷가지에서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신체 일부분에 입고 걸칠 수 있는 전자 기기를 두루 일컫는다. 본래는 입을 수 있는 컴퓨터(Wearable Computing)이라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용어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브로드밴드 인터넷망, 스마트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널리 일반화되면서 인기 소비자용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지만, 공상과학 만화에서 미래세상을 묘사하는 요소중 하나로 먼저 등장했다. 193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만화 연재물 <딕 트레이시(Dick Tracy)> 속 주인공은 쌍방 통화가 가능한 라디오 손목시계를 차고 다니며 경찰 사립탐정으로 활약했고, 이어서 1960년대 오면 가정용 TV 만화 <젯슨 가족(The Jetsons)>에 등장하는 미래인들과 <스타트랙>의 커크 선장이 웨어러블 시계로 통신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입을 수 있는 컴퓨터는더 더 이상 공상과학물 속 상상 만의 쿨 가젯(gadget)이 아니다. 4년 전인 2014년 1월, 라스베이거스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줄여서 CES)에서는 소비자용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똑똑한 인텔리전트 장신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피트니스 웨어러블이 대거 소개됐었다.
그해에 애플이 발표한 애플 워치를 비롯해서, 헤드밴드, 스마트폰 연동 조깅용 손목 팔찌, 심장박동수 측정계가 달린 이어폰, 스마트 손목시계, 자외선 측정계 등이 장착된 스마트 장신구 제품들은 대체로 손목이나 머리에 착용하면 각종 신체 활동 징후를 측정해주는 피트니스 트래커(fitness trackers)와 패션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 컨셉이 주를 이뤘다.
2018년에 접어든 현재까지 소비자용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계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작년 연말 기준 웨어러블 시장은 3억 1천 만 달러(우리돈 약 3천 3백 3십 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개인건강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와 피트니스 열풍과 함께 애플워치는 초기의 부진을 딛고 애플워치 시리즈3 모델에 셀률러 기능을 탑재한 이후 매출이 배로 뛰었다.
애플 워치가 미화 400 달러 이상의 고가라는 점에 착안해서 그보다 낮은 가격대 제품들도 속속 등장했다. 애플 워치보다 반가 이상 저렴한 피트빗(Fitbit), 가르민(Garmin), 화웨이 워치 등이 피트니스광(運動狂)들의 건강 및 피트니스 모니터링용 트래커로 떠오르며 인기 테크 품목이 되었다. 그 외에도 100 달러 대의 알맞은 가격대의 다양한 제품들이 전체 웨어러블 손목시계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작게, 더 작게 - 웨어러블 디자인 솔루션은 소형화
현재 소비자 가전 시장에 소개되어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기능은 단순하다. 사용자의 신체 활동・활력 징후를 일일히 기록・저장해 보여주는 일종의 ‘지각[인지] 기기(perception device)’로서 현재 나와있는 제품들의 성능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래서 업체들은 보다 ‘작게 더 작게’를 지향하는 소형화 디자인으로 브랜드별 차별화에 주력한다.
지난 4-5년 사이 가전시장에 대거 소개된 웨어러블 제품들은 대체로 투박하고 충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무엇보다도 고가라는 점이 한계였다. 그러나 가격이 적절하고 작아서 착용하기 좋아서 어디서나 휴대하기 용이한 디자인을 갖춘 웨어러블이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용품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소비자들이 갈망하며 꼭 갖고 싶어하는 웨어러블 제품이 되기 위해 또 갖춰야할 요건으로 업체들은 다기능성(multi-function)을 든다. 애플워치가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데도 불구하고 피트빗(Fitbit)의 피트니스 디바이스를 제치고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웨어러블이 된 이유는 각종 트래킹 기능 외에도 이메일, 문자메시지 송수신, 전화, 음악, 지도와 네비게이션 안내 등 같은 스마트폰 기능을 작은 손목 시계로 해결할 수 있는 ‘컴팩트함(compact)’ 때문이었다.
‘나에게 투자하기’ 트렌드를 타고
내 외모, 내 직장과 커리어, 내 여가, 내 재산 설계 등 -- 21세기 현대인들은 자기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관심이 높다. 매사 자기 자신에 관한 모든 사항과 정보를 일일히 알고 파악하고 분석해 그래픽이나 수치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습성, 즉 자기 인식(self-awareness)을 향한 욕구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인들의 자기애는 셀카를 찍어 자신의 얼굴과 신체 초상을 인식하고 재확인하는 표면적 자기관리에서 그치지 않는다. 맥박수, 심장박동수, 호흡, 식생활과 칼로리 소모, 수면 패턴을 포함한 일상활동 전반을 스마트 기기가 분석하고 비주얼화해 준 결과를 확인하는 것으로써 자아를 확인한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들을 괴롭히는 미세먼지, 세계 여러 고인구・산업 도시에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해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와 알림 기능에 대한 요구도 늘고 있다.
웨어러블 테크놀러지 개발업체들은 그들 제품의 최우선 목표는 사용자의 활동을 관측하고 측정하여 신체적・정신적 활동을 시각 정보로 피드백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좋은 습관을 반복하며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선순환 피드백을 장려하는 것이라 홍보한다.
허나 실제로 이 업체들이 눈독들이고 있는 자산은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된 막대한 분량의 개인활동 및 신체정보 빅테이터다. 예컨대, 수집된 개인신체활동 정보는 향후 의학계와 제약업계가 치료법과 약품개발에 예측도구로써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보험 업계는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고객을 더 잘 파악하여 맞춤화된 보험상품을 제안하고 판매하고 통보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발생가능한 리스크 관리에도 유욜할 것이라 내다본다.
웨어러블 테크놀러지는 사물인터넷(IoT) 업계 최전선의 총아다. 블루투스 기술, 웹 기술 기반의 핸드프리 헤드셋 및 콘솔 기기,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안경의 개발과 함께 나날이 저렴해지는 데이터 스토리지와 서버 시스템과 Wi-Fi 네트워크 기술(특히 다가올 5G 기술)의 지원을 받아서 웨어러블 기기의 작동을 더 빠르고 유려하게 지원해 줄 것이다. 특히 산업용 웨어러블 테크를 주도하는 몇몇 제조업체들의 신기술 특허 출원 건수도 느는 추세다.
그같은 기술적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란 전망을 기초로, 리서치앤드마케츠 사가 출간한 <2018-2020년 글로벌 산업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2018년 2월 12일) 리포트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1) IoT 역량을 더 완비하여 사용자-디바이스 간은 물론 디바이스-디바이스 간 네트워크화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2) 데이터 수집/저장/해석력이 한층 더 개선된 데이터 분석 기술이 세련화될 것이며, 3) AR 기술을 응용한 한층 실감나고 흡인력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이 개발될 것이라고 점친다.
결정적인 난제는 남아있다. 첨단 하이테크 기술을 작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속으로 두루 다 응축시킨 웨어러블은 과연 폭넓게 대중화될 수 있을 만큼 적정한 가격에 생산가능할까? 이 숙제에 대한 답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박진아 IT칼럼니스트 gogree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