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0대 그룹 CEO들과 만나 "재벌개혁 속도와 강도를 현실에 맞춰 조정하되 3년에서 5년 시계 하에 흔들림없이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대 그룹 CEO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하현회 LG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금춘수 한화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 권혁구 신세계 사장, 이상훈 두산 사장, 김준동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날 만남은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재계와의 만남이다. 취임 직후인 작년 6월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그룹과 만났고, 11월에는 현대차, SK, LG, 롯데 경영진과 자리를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그간 재계는 지배구조와 거래관행 개선 사례를 발표하고 또 추진해 왔다"며 "이러한 노력은 정부정책에도 부합하지만 무엇보다 시장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어 "몇몇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기업들로 확산하는 모습 역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개선 사례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공정경제 구축을 위해 재벌개혁과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혁신에 매진하고 있으며, 혁신성장을 위해 혁신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하며 규제혁신 등 정책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두 주제에 관한 기업측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밝혔다. 

CEO 간담회 이후에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의 소유지배 구조 문제는 삼성이 풀어야 한다"며 "삼성그룹의 현재 소유지배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이 늦어질수록 한국 경제에 초래하는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며 "그렇다고 정부가 밀어붙이는 것도 비효율적이며 선택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 직전 기념촬영을 하는 중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5명의 노조 조합원들이 '재벌갑질 총수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습 시위를 펼쳤다. 

이들은 "재벌갑질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현장 진행요원에 이끌려 퇴장당하면서도 "정몽구를 구속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또 전날(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LG그룹의 하현회 부회장은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현장으로 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