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보험금 부지급 횡포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약관의 전면개정과 구체적이고 분명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는 지난 15일, 14개 손해보험사의 의료손실보험 약관을 △보장성 △명확성(지급·부지급) △약관의 평이성 △공정성 등 4개 평가항목으로 분석하고 어떠한 불합리한 문제가 약관에 포함돼 있는지 평가·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결과 한화손해보험은 한화실손의료보험(갱신형)Ⅱ 보험의 보장성에서 좋음으로 평가됐고, 명확성, 평이성(용어), 공정성(계약자와 보험사간의)에서 각각 보통으로 나왔다. DB화재보험의 내생에첫건강보험(1801)과 더케이손해보험 무배당 THE·K가족사랑 건강보험은 각각 보장성,명확성은 보통이고, 보험약관(용어) 평이성은 각각 잘 됨으로 평가됐다.
최악의 평가 점수를 받은 AIG손해보험의 무배당 AIG다이렉트 참쉬운건강보험은 보장성, 명확성(지급,부지급), 보험약관(용어)의 평이성, 공정성(계약자와 보험사간의)에서 모두 0점을 받았다. 이어 ACE, 롯데는 공정성(계약자와 보험사간의)에서 각각 보통 2점을, 나머지 보험의 보장성, 명확성(지급, 부지급), 보험약관(용어) 평이성에서 각각 0점을 받았다.
시민회의는 추후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AI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 등 기타 손해보험사들의 의료손실보험 중 불공정 약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약관심사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다.
시민회의는 평가기준별로 보험약관의 문제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보장성
소비자들은 대부분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하고 특별약관(이하 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손보사가 판매하는 보험 상품의 보장을 받을 수 없고, 손보사는 특약을 광범위하게 나눠 보험료 증액의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비슷하고 다양한 많은 종류의 특약을 검토하고 결정해 가입하는 것이 어렵고, 보험설계사 역시 그 보험의 특약을 모두 이해하고 소비자들에게 올바르게 설명할 수 없는 실정이다.
▲ 명확성
소비자들이 질병의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 또는 통원해 도수치료·체외충격파치료·증식치료를 받게 되면, 이들 치료의 각 치료 횟수를 합산해 50회까지 350만원 이내로 제한하는 등 치료 횟수와 보상금이 담당의사의 치료와 관계없이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제한해 횟수를 초과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라는 관련 규정의 모호함과 불명확한 규정으로 소비자와 보험사간 해석의 차이로 보험금의 지급과 부지급으로 인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평이성
대부분 일반 보험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해 보험료 청구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용어를 인지하지 못함으로 인해 보험료 청구를 하지 못하거나 지급이 거절당하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보험약관 서두에 목차, 고객의 권리 안내, 고객정보 취급방침, 가입자 유의사항, 주요 내용 요약서, 보험약관 용어 해설 등 기초적인 부문도 전혀 게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 계약자와 보험사간 공정성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지 않음에 대한 보험사의 책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으며, 약관 교부 등과 관련해 설명의무에 대해 보험사에 유리하게 규정돼 있었다.
이밖에도 14개 손보사 모두 △보험사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약관의 문장과 문구 △약관의 설명의무 및 고지에 대한 보험사의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 없음 △내용 의미 및 판단 기준이 불명확한 문구 사용 △암보험의 불명확한 약관 등이 공통된 문제로 지적됐다.
시민회의에서는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키 위한 제언으로 약관의 해석의 경우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전면 약관 개정작업을 진행해야 하며, 세분화 되어 있는 특약의 통·폐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회의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표준약관(주계약, 특약) 개정권고 요구서를 제출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는 불공정약관심사청구를 제기할 예정"이라며 "불공정약관으로 인한 보험소비자들의 피해사례를 신고 접수받아 보험사들의 우월한 지위에서 편의적이며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했거나 감액받은 보험소비자들과 함께 보험금 반환청구 공동소송 등도 착수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