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보유 지분 1조원 어치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하고 31일 개장 전 삼성전자 일부 보유지분 1조원 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 중이다. 시가총액 26조원 규모다.
30일 삼성생명 주가는 보유지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추진 소식에 5만원 아래로 떨어져 4만9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주가는 지난 18일 이후 처음으로 5만원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주식 2298만3552주를 블록딜로 처분한다고 이날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처분금액은 1조1376억원(30일 종가 기준)으로 추산된다. 처분 후 소유주식수는 5억815만7148주(지분 7.92%)다.
또한 삼성화재 역시 삼성전자 주식 401만6448주를 블록딜로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예정금액은 1988억원 규모다. 처분 후 소유주식수는 8880만2052주(1.38%)다.
현재 금산법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10%가 넘는 비금융 회사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8.2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1.45%를 더하면 9.72%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두 회사의 지분율은 10.45%까지 오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정부의 삼성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른 것이다.
지난 10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만나 삼성그룹의 소유지배 구조에 대해 지적하며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간의 지분 구조를 해결하라고 압박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 보험업법 개정 전에 스스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블록딜로 삼성전자 지분 1조원 어치를 매각하는 것은 이 같은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