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대출 금리도 시차를 두고 오를 가능성이 높아져 취약계층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1.75~2.0%로 올랐으며 한국은행 기준금리와 격차가 0.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미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받아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4월 연 3.21%에서 올해 4월 연 3.47%로 크게 뛰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14일 '과도한 금리인상에 엄정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장에서 예견했던 것이지만 연준이 인상 속도를 올해 중 연 3회에서 4회로 가속할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1400조원을 웃도는 가계대출이 금융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계대출은 은행 잔액기준으로 고정금리 비중이 4월 말 현재 31.7%에 그칠 정도로 변동금리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우상향’을 바라보는 것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과 보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2금융권으로 취약차주들이 몰린 데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대출 상환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실 우려도 더욱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0.4%p 상승한 4.9%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까지 6.1% 수준을 유지했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올들어 6.7% 수준으로 악화됐다. 지난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업권과 보험업권 가계신용대출 연체율도 상승했다. 상호금융업권의 1분기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38%에서 1.65%으로 0.3% 증가했다. 보험업권 가계대출 연체율 역시 0.52%에서 0.56%로 올랐고, 특히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주택담보 외 대출 연체율의 경우 1.3%에서 1.42%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같은 신용대출 연체율의 상승세는 취약계층 가계대출의 부실화로 직결될 수 있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자리잡기 전에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시중금리 상승 여파로 5월 코픽스가 오를 경우, 이를 기준으로 하는 주담대 금리도 연동해서 오르게 되어 있어 취약차주의 대출원리금 상환압박은 더욱 조여올 전망이다.
한편, 미국이 금리 인상에 '가속페달'을 밟자 한국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지난 1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35포인트(1.84%) 내린 2,423.48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5.9원(0.55%) 오른 달러당 1,083.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