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권고에 따라 삼성생명이 지급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일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은 암보험 요양병원 입원비와 관련해 ▲말기암 환자가 입원한 경우 ▲항암치료 중 입원한 경우 ▲악성종양 절제 후 입원한 경우 등 세 가지 유형에는 보험사가 입원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보험사에 통보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보험사 CCO(최고고객책임자)들을 소집해 암 관련 입원 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처리 방안을 논의하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했었다. 또한 최근 간호사 출신으로 3명을 단기채용해 분쟁조정 대응에 나섰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본지는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에 접촉해 사실여부를 확인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으로 부터 위 권고를 받았고 현재 담당부서가 세가지 유형에 대해 보험금 지급여부를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관의 해석과 특약마련 관련한 태스크포스(TF) 설정과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이제까지 꿈쩍안던 보험사의 전향적 검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지급사례가 발생하게 되면 해석기준과 특약 재정은 다음 수순으로 당연히 이어진다고 봐야한다.
모호한 암보험 약관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관련 분쟁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3년 암보험 관련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한 때로 거슬로 올라간다. 그 이후에도 암보험금 지급 분쟁은 줄지 않았고 2015년에는 금융당국에 '암보험 약관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관련 정책 건의까지 제기됐었다.
그동안 보험사와 금감원은 약관의 해석과 판례를 이유로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인정하지 않았고 오랜기간 관행처럼 보험금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6년에 나온 대법원판결이 분기점이 됐다. 당시 판례는 '직접적 목적의 암 치료'를 암의 제거나 증식 억제 치료로만 한정하지 않고, 암 자체나 암으로 인해 나타나는 중대한 병적 증상을 호전하는 치료로까지 인정했다. 항암 치료와 면역력 회복을 위한 요양병원 치료도 암 치료와 필수불가결하다며 보험금 지급 대상으로 판단했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정부 발표를 보면 암환자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국민 31명당 한명 꼴이다. 약 161만 명이 암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관련민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던 보험사들이 암환자가 늘어나면서 정작 지급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보험 피해 소비자단체인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는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사는 요양병원 입원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며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했다
국민검사청구제란 금융소비자가 금감원에 직접 검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19세 이상 국민 200명 이상이 청구할 수 있으다. 지금까지 총 3차례 접수됐으며, 접수건에 대해 금감원은 내·외부 7명(외부 4, 내부3)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검사실시여부를 심의한다.
아울러 보암모 회원들은 금융민원센터에 개별민원신청서를 제출했다. 집회기간동안 이들이 제출한 민원은 수백 건에 달한다. 금감원 분쟁조정국에서는 민원·분쟁처리 업무절차에 따라 사안별로 분쟁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보암모는 지난 2월 26일 암환자 8명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8차에 걸쳐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이어왔다. 보암모에 따르면 7차 집회까지 참여 한 인원은 누적 총 1200여명, 금감원에 접수한 민원은 700여건이다.
보험사중엔 삼성생명이 직접적인 치료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암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 민원이 가장 많아 원성이 높은 회사다.
지난 5차 집회 때는 삼성생명 64명, 삼성(삼성생명 또는 삼성화재) 24명, 삼성화재 11명으로 응답자 222명 중 44.6%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였다. 그 다음은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ING생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4차 집회 때 조사결과는 응답자 277명중 삼성생명이 51명, 삼성(삼성생명 또는 삼성화재) 35명, 삼성화재 13명으로 암환우 전체의 35.7%에 달했다.
삼성생명 암입원비 부지급관련 민원은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도 올랐었다.
삼성생명 암입원비 부지급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험금 부지급으로 암환우들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15년 요양병원에서의 보험사기와 맞물린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암보험에 대한 약관상 보장내용을 엄격하게 규정하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은 약관 변경 이전의 암환우들에게도 개정된 보장내용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문제되는건 약관상 규정한 '직접치료'에 대한 해석으로 암환우들과 끊임없이 소송을 벌여오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종합병원에서 하는 수술, 항암, 방사선 등 표준치료 이외에는 직접치료로 인한 입원 비용(일당)은 인정치 않겠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최근에는 고주파온열 치료와 면역주사 등 그동안 실비지급해왔던 것 까지도 중단하고 있다.
또한, 지급기준도 일정치 않아 주먹구구식이며 부지급사유도 다양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청와대 게시판에 기재된 삼성생명 암입원일당 지급거절 내용> |
청와대 게시판의 한 청원 내용에는 "삼성생명이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손해사정인들을 보내 직접 치료가 아니라고 웃으면서 보험금지급을 거절하고, 어떤 환우에게는 20-50% 위로금을 주고 날인각서 받고, 어떤환우에게는 100% 다지급하고, 어떤환우에게는 한푼도 안줘서 안절부절 못하게 합니다...보험금이 고무줄도 아니고, 남대문시장 상품도 아닌데 공평해야할 보험사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합니다. 부지급사유도 다양합니다"라고 적혀있다.
또한 "삼성생명이 지급을 거절하니 잘 지급하던 다른 보험사들도 따라서 지급을 거절합니다.암에 걸리면 더이상 새로운 보험도 못들고, 생업을 접고 암과 사투를 벌이며 요양을 해야하는데 믿고 가입한 보험사에서 암입원일당 지급을 거절하면 치료의 희망도 멀어집니다"라며 "수많은 암환우들이 금감원에 보험사 보험금 부지급의 부당함을 민원의 형식으로 제출했는데 만족한 답변을 받은 환우들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정자 보암모 부회장은 "우리가 보험들 때 직접이니 간접이니 하는 거 설명을 한 적도 없고 설명들은 적도 없다"면서 "삼성생명은 이걸 지급하면 내가 요양병원에 주구장창 누워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아예 안 주려고 하는 것이고 나를 보험사기꾼 취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생명 측은 "암의 직접 치료 판단은 나름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서 "그동안 이와 관련한 분쟁 조정이나 법원의 판결이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양병원에서 이뤄지는 면역치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암 치료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타당성 있고 전문가의 소견이 반영된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었다.
지난 3월28일 국회입법조사처 김창호 조사관은 "암보험 약관의 문제점 및 개선과제" 에서 우리나라 암보험 약관관련 문제점으로 ▲ 암보험상품의 불명확한 약관규정 ▲ 의료감정시스템의 공신력 미흡 ▲ 암보험 관련 설명의무 미비등을 들었다.
암보험금 미지급 이슈가 개별계약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험산업의 구조적인 그리고 보험회사의 모럴헤저드와 결부되어 있음을 지적한 것이고 사회와 기업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조사관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라는 규정의 해석에서 보험실무상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고 법원판결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제한적 해석을 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보다 정교한 암보험 약관규정의 기술과 해석만이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시대정신에 충실하며 이것이 곧 보험사업자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