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기술 순혈(純血)주의를 버리고 국내외 ICT 기업들의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협업을 통한 혁신'을 의미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M&A에도 이례적으로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매물로 나온 제조사 인수는 고려하지 않는다.
현대·기아차는 12일 승용, RV 등 자사의 모든 차량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그간 해외 출시 차량에는 구글과 애플의 IVI(in vehicle infortainment)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카플레이를 탑재해 왔다.
이번 구글과의 협력은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도 함께 의미한다. 국내 지도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구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해 국내용으로 카카오내비를 적용했다.
하루 전인 11일 현대차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의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하는 '커넥티드카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협력을 넘어선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두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폴로'에도 참여한다.
현대차의 달라진 행보는 정의선 부회장이 강조해 온 '오픈 이노베이션' 정책과 맞닿아 있다. 또 4차 산업시대를 맞아 이종 업종간 기술융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기술 순혈주의를 고집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기술기업과의 협력 없이 자체 개발만 고집하면 급변하는 기술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며 "전기차 기술 개발이 늦었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더욱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 현대차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i(아이)'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능을 기존 출고된 차량까지 확대 적용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음성인식 정보검색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사운드하운드 투자에 이어 12월에는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기술기업 옵시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플랫폼 1위 기업 그랩에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업체 아이오닉 머티리얼에, 5월에는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기업 메타웨이브에 투자한데 이어 이번달에도 커넥티드카 반도체 설계업체인 이스라엘의 오토톡스, 호주의 차량공유 플랫폼 카넥스트도어에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캐피탈과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를 공식 런칭했고, 올해 1월에는 카풀형 카쉐어링 업체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했다. 기아차도 아파트 주거단지 단위로 카쉐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블'을 출범시켰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현재 매물로 나와있는 완성차 제조업체 FCA 인수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기존에도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애스턴마틴 등이 매물로 나올때마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완성차 업체 인수에 나서지는 않았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