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이례적인 CEO 교체 인사가 이뤄질 예정으로 알려지며, 11월 있을 정기 인사 시기까지 인사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인사는 실질적인 LG그룹의 2인자가 교체된 셈이어서 그 영향력에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13일만에 하현회 (주)LG 부회장(대표이사)를 LG유플러스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대표이사)를 (주)LG로 이동하는 인사를 할 것으로 확인됐다. LG그룹은 16일로 예정된 이사회를 통해 이같은 인사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인화'를 강조해 왔고, 파격적 인사가 드물었던 LG그룹에서는 이례적이다. 11월 진행되는 정기인사까지 약 4개월여의 기간이 남은 만큼 다양한 전망과 추측이 난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 타계 이후 재계에서는 구 회장으로의 승계과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투병중이던 고 구 회장을 대신해 LG그룹 전반을 챙겼던 구본준 부회장이 올해 말 퇴임을 공식화하면서, 적어도 그때까지는 특별한 인사이동 없이 그룹 부회장단이 구 회장을 보좌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그간 이례적이고 급작스런 인사가 거의 없었고 '인화'를 강조해 온 LG그룹 문화를 고려한 것이다.
지주회사인 (주)LG의 공동대표이사인 하 부회장은 구 회장이 그룹 전반의 현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관측됐으나, 권 부회장이 이 자리를 맡게 됐다. 사실상 LG그룹의 2인자 자리가 교체된 셈이다.
LG그룹 부회장단은 하현회 (주)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등 6명이다.
하지만 구 회장 취임 이후 이례적으로 부회장급 CEO 맞교체 인사가 단행되며 11월 있을 정기인사 시기까지 인사를 둘러싼 다양한 관측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도 "이같은 LG그룹의 인사는 그간의 그룹 문화를 고려할 때 이례적인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구 회장과 권 부회장 라인의 인사들이 (주)LG로 이동하거나, 핵심 계열사에서 중용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구 회장의 장악력을 강화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 부회장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핵심계열사 CEO를 역임했고, LG전자 금융담당 상무, 재경담당 사장 등을 맡는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또 구 회장의 그룹 이해를 돕는 멘토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LG그룹에서 떠나기로 한 구본준 부회장이 어떤 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이사회 이후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연말 보직에서 퇴임한다는 계획이다. 故 구 회장이 투병중인 시기 LG그룹을 사실상 이끌었던 구 부회장의 이른 퇴임 결정은 구 회장에 대한 힘 실어주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계열분리 방식은 아직 미지수지만, (주)LG의 주식을 처분하고 이를 자본으로 한 신사업에 나서거나, (주)LG와 분리 대상 계열사의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구 부회장의 (주)LG 지분 7.72% 등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면 약 9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유력 계열사로는 LG상사, LG이노텍,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등이 지목된다.
LG상사의 경우 물류회사로서 사업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고, 구 부회장의 지분 교환으로 1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LG이노텍,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은 지흥과 합병을 통해 부품업체로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