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LG의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며 구광모 회장, 구본준 부회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혹의 나이에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구 회장은 1000억원 이상의 상속세 절감 효과를 보는 반면, 구 부회장은 계열분리를 앞두고 여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종가 기준 (주)LG는 0.69%(500원) 하락한 7만2200원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7만1800원까지 떨어졌었다. 지난해 말 9만100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만에 20% 가량 하락했다.
이에 구 회장이 부담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최대 9000억원대로 추산됐으나,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1000억원 가량의 상속세가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 밑천으로 활용될 자금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고(故) 구본무 회장은 (주)LG의 지분 11.28%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구 회장의 상속세가 9000억원대로 추산됐던 것은,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고인의 사망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평균 주가를 계산해 책정하는 것에 기초했다.
평균 금액을 주당 8만원으로 가정하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상속세 할증율인 20%를 적용하면 주당 가치는 약 9만6000원이 된다. 이를 토대로 고 구 회장의 주식가치는 약 1조9000억원으로 산정된다. 여기에 30억원 이상을 상속할 때의 과세율 50%를 적용하면 상속세는 9000억원 이상으로 계산된다.
같은 계산으로 주가가 7만원까지 떨어지면 상속세는 8300억원대로 약 100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LG그룹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 목표주가를 10만3000원에서 8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하고,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LG는 당분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할 것"이라며 "상장 자회사들의 주가 변동과 목표할인율 변경(45%→50%)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목표가를 기존 10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반면 구본준 부회장은 (주)LG 주가하락에 따라 계열분리에 대한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가(家)의 전통에 따라 장자 승계 이후 계열분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실탄으로 활용될 지분가치가 떨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이사회 이후 LG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연말 보직에서 퇴임한다는 계획이다. (주)LG의 주가가 연말 상승곡선을 그린다면 구 부회장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분리될 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다.
구 부회장은 (주)LG의 지분 7.72%를 보유하고 있다. 대략 1조원에 조금 못미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유력한 계열분리 회사로는 LG상사, LG이노텍,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 등이 지목된다. 시총 2조~3조원대의 계열사인 만큼 구 부회장이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하현회 부회장이 CEO로 이동한 LG유플러스, 구 부회장이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진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계열사도 거론된다. 하지만 시총이 6조~7조원에 달해 구 부회장의 자금력으로는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속세 계상과 구 부회장의 계열분리에 (주)LG의 주가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재계와 증권가의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한편, (주)LG는 17일 종가 기준 7만4200원으로 전일 대비 2.77%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